초보 스쿠버다이버의 일기 03
거대한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습이 필요하다. 바다는 멀기도 할뿐더러 초보에게는 위험할 수 있기에, 안전한 수영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 수도권에는 잠실 종합운동장의 수영장과 수원의 K26(26M까지 내려갈 수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다. 나는 잠실 스쿠버다이빙 전용 풀에서 첫 수영장 실습을 했다. 키가 작은 편이라 1.2M 깊이만 되는 수영장을 가도 긴장하는데, 더 깊은 물에 처음 들어가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수영장에 갔더니 강사님이 씻고 수영복을 입고 나오라고 했다. 스쿠버다이빙 슈트 안에 뭘 입는지가 궁금했는데 그냥 수영복이었다. 간단히 설명을 듣고 체조를 한 후, 슈트를 입었다. 슈트는 물 밖에서 입는 것보다 물속에서 입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슈트 안에 물을 살살 넣어가며 양다리를 먼저 끼우고, 그다음 팔을 끼우면 된다. 몸에 착 감기는 슈트는 네오프렌 소재로 약간 푹신하면서 매끈했다. 약간 미지근한 물 온도가 슈트를 통해 그대로 느껴졌다. 도톰한 무언가가 내 피부를 한 겹 감싸는 것 같아 어쩐지 마음이 편했다.
그다음은 여러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착용했다.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많이 해주셨지만 워낙 다 처음 보는 거라 금방 까먹을 듯싶었다. 공기탱크가 생각보다 무거웠는데, 거기에다가 허리띠를 해서 무거운 추도 달아서 몸이 묵직해짐이 느껴졌다. 호흡기 등 여러 호스가 달린 장비들을 조끼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기한 기계를 장착하니, 마치 로봇이 된 것 같았다. 숨도 호흡기 호스를 통해서 쉬니 '흡- 후-'하는 내 숨소리가 귀로 들렸다. 밖을 보는 것도 마스크(물안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통해서 보고, 버튼을 누르면 '쉬이익-'하는 작동음이 들리면서 조끼에 바람이 들어가서 빵빵해졌다.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했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우리 몸도 어떤 부분은 버튼을 조작해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눌러서 기능을 끄고,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지면 반대 버튼을 눌러서 조절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드디어 물에 들어갈 차례였다. 내가 서 있던 곳은 수심 1M 정도의 부분이었는데, 그 바닥에서 더 깊은 깊이가 있었다. 맙소사. 더 깊은 부분은 바닥도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여기 들어가서 살아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강사님은 우선 내 양손을 잡더니 누우라고 했다.
그냥 누우세요. 아무 생각 말고 편하게 계세요.
어쩌다 겨우 눕긴 했지만, 물침대도 아니고 아래가 5M 깊이 물이라고 생각하니 전혀 편하지 않았다. 긴장한 게 보였는지 강사님이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셨다. 강사님은 무엇보다 먼저 물이랑 친해지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물에 동동 떠서 호흡기를 통해 규칙적인 나의 들숨과 날숨 소리를 들었다. 물 위에서 얕게 울렁이는 낡은 잠실 수영장의 천장을 보고, 아까는 알지 못했던 창문으로 대낮의 햇살이 따스하게 들이치고 있음을 알았다. 수영 장벽에 반사되어 울리는 듯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가까이서 들리는 찰랑이는 물소리가 들렸다. 낯선 옷을 입고 낯선 곳에 와 있지만, 잡생각이 없어지고 편안해졌다. 엄마는 내게 늘 걱정을 보따리로 싸 갖고 다닌다고 했지만, 물속에서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그 순간의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첫 시간이니 물에서 잘 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뭐든지 잘 놀아야 잘한다고. 물이랑 친해져야 스쿠버다이빙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거라고. 그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가면 몸이 힘들 때도 있지만, 마치 어릴 적 친한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잘할 필요 없고 그냥 즐겁게 몰입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이번 주말에도 나는 수영복과 수모를 챙겨서 전철을 탄다. 한강을 지날 때의 햇살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