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스쿠버다이버의 일기 07
폐과팽창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다. 단 한 가지 다음 규칙을 지키면 된다.
계속해서 호흡하고 결코 숨을 참아서는 안 된다.
-SDI 오픈워터 스쿠버 다이빙 매뉴얼
스쿠버다이빙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위험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비상상황을 대비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훈련을 한다.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다이빙 원칙도 배우는데, 그중 하나가 ‘절대로 숨을 참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폐에서 공기가 급격히 팽창하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숨은 쉬기 싫어도 자동으로 쉬어지는 것 아닌가? 굳이 원칙으로 있어야 하는 건지 의아했다. 강사님은 사람이 당황하면 계속해서 들이쉬기만 하거나, 숨을 멈추게 된다고 했다. 그때는 실제로 내가 그것을 겪을지는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흑역사지만 나도 패닉을 겪은 적 있다. 시작은 사소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코 부분까지 감싸는 물안경을 쓰게 되는데 그걸 마스크라고 한다. 마스크는 끈을 조여서 얼굴에 맞게 잘 착용하고, 머리카락이나 다른 것이 껴서 그 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초보 교육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도 마스크에 물이 찼을 때 콧바람을 이용해서 물을 빼는 방법이다. 해양실습을 갔을 때, 매번 마스크를 착용할 때마다 강사님이 체크를 해줬다. 제대로 착용했는지, 머리카락이나 수모가 끼지 않았는지를 봐주셨다. 감사했지만 몇 번 다이빙을 하다 보니 혼자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은 혼자 후다닥 얼굴에 써버렸다. 거울이 없어서 잘 체크하지는 못했지만 내 얼굴에 맞으니 잘 된 것 같았다. 강사님이 다 잘 체크했냐고 물었을 때도 씩씩하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날은 처음으로 수심 30m까지 내려가는 '딥 다이빙'을 하는 날이었다. 바다 깊이 가라앉아있는 침몰선을 보기 위해서였다. 평소만큼 얕은 깊이가 아니기 때문에, 비상상황이 일어나도 쉽게 올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걱정을 했었다. 내려가다가 귀나 다른 부분이 아프면 어떡하지, 내 장비가 고장 나거나 갑자기 산소가 모자라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침몰선을 못 보고 다들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걱정을 애써 털어내고 입수하기 위해서 요트 끝으로 서서 걸어갔다.
요트에서 바다로 입수하는 건 항상 떨린다. 한 손은 얼굴에 대서 마스크와 호흡기가 벗겨지지 않게 잡고, 반대쪽 손으로는 몸에 부착된 장비를 고정한다. 그리고 요트 끝에 서면, 강사님이 '하나 둘 셋' 구호를 해준다. 구호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만약 그게 없으면 용기가 안 나 못 뛸 것 같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하나 쪽 다리를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 그대로 파동을 만들며 바다로 풍덩 떨어진다. 처음에는 조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들어가기 때문에 수면에 떠있을 수 있다. 일행이 모두 안전한 것을 확인한 후에 서서히 공기를 빼고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다이빙 후 수면에 떠서 서로 괜찮냐는 오케이 사인을 주고받았다. 나와 강사님을 뻬고 모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침몰선을 바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하강하는 것이 중요했다. 문제는 내 마스크 안으로 계속 물이 들어온다는데 있었다. 느슨하게 착용을 한 것인지 계속 물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배운 대로 코로 바람을 불어 마스크 물 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다시 마스크에 물이 차오르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코로도 물이 들어와서 숨을 쉴 때마다 괴로웠다. 이대로 30M 아래로 내려간다면? 다시 못 올라올 것 같았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다이빙을 포기하고 요트로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코로 물이 들어와 콜록거렸다. 오케이 사인에 답을 하지 못했다. 호흡기를 물고 있어 말로 설명도 못해 답답허고 초조했다. 넓디넓은 바다에서 나는 너무 작고 하찮고 연약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에는 나가야겠다는 생각뿐, 교육받은 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믿을 건 강사님 뿐이었다.
다행히 강사님이 빠르게 문제를 인식하고 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시켜주셨다. 코로 물이 들어오지 않고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강사님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고, 내 숨소리가 규칙적인 박자로 들리며 괜찮아졌다. 방금까지는 너무 심각하고 어려운 일이, 해결되고 나니 참 별 것 아닌 일이 되었다. 그 후에는 침착하게 다시 다른 사람들을 따라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단 몇 분 안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내 눈에는 강사님이 생명의 은인으로 보였고 너무나 감사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이빙을 할 때는 입에 있는 호흡기로 공기를 마시기 때문에 코로 물이 들어올 일이 없다. 패닉 상태가 되니 나도 모르게 코와 입으로 계속 숨을 들이마셨기 때문에 코로도 물이 들어왔을 것이다. 코로 물이 들어오니 호흡을 참았고 그러면 더 큰 들숨이 필요해졌으리라. 물 속도 아니고 거의 수면이었고, 그냥 마스크가 조금 헐거웠을 뿐인데 목숨을 걱정하기까지 했다는 것이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별 것 아닌 상황일지라도 마음이 공황상태가 되면 이성적인 판단이 전혀 되지 않았고, 몸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같은 상황이 만약 물속에서, 30M 수심에서 일어났다면?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나도 모르겠다. 다이빙 중 그 어떤 비상상황보다도 패닉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공포가 지나치면 작은 일로도 크게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마스크에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들어가지 않도록 만반을 기하고 있다. 또 그보다 더 열심히, 내 마음을 돌본다. 입수 전 내 마음이 오만하지 않은지, 겸손하게 스스로와 동료들을 살피고 있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숨 쉬는 법을 연습한다.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들이쉬고 길게 내쉬는 것을. 숨 쉬듯 쉬운 일부터 해내면 침착하게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나를 다독인다. 간단하다. 호흡을 멈추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