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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Nov 17. 2021

우주에 떠있으면 이런 기분일까?-야간 다이빙

초보 스쿠버다이버의 일기 10

야따!


야간 다이빙을 속칭 야따라고 한다. 야간 다이빙은 마치 우주에 혼자 떠 있는 기분이라는 말을 들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야간 다이빙을 하는 이유는 첫째, 낮에는 볼 수 없는 야행성인 바다 생물을 보기 위해서, 둘째, 물속에서 반짝이는 플랑크톤을 볼 수 있어서다. 투어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돌아가는 차표를 바꿔 야간 다이빙에 참여했다. 내내 거칠었던 파도가 집에 돌아가기 전날에야 잠잠해졌던 탓이다. 다음 휴가까지 두고두고 꺼내먹을 기억이 필요했고, 나의 고질병인 ‘지금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병이 도진 탓이다.


정석은 두 번 입수하는 것인데, 해 질 녘에 한 번 입수하고 똑같은 포인트를 일몰 후 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야간은 주간보다는 더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 비치다이빙으로 진행해서 장비를 메고 순서대로 물에 들어갔다. 야간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라이트(손전등)다. 라이트가 꺼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라이트를 철저히 점검하고 백업 라이트도 챙겼다. 플랑크톤을 잘 보기 위해서는 빛이 없어야 해서 라이트를 끄자는 신호를 정하고 들어갔다. 낮에 하던 다이빙을 야간에 하니 약간 특공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둡고 고요한 밤 비밀스럽게 임무를 수행하는 팀. 미션은 문어 아저씨 보기.


밤이어도 여름이라 물은 생각보다 차지 않았고, 바닷속도 조용했다. 낮에 보았던 친구들이 다 자러 가서 그렇다고 한다. 무채색의 돌과 수초, 물고기들이 라이트 빛을 비추니 형형색색으로 살아났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마법으로 모든 것을 살리고 원래의 찬란한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처럼, 빛을 비추니 모든 게 눈을 뜨고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낮에는 없었던 멍게는 돌 틈으로 나와 큰 밤송이가 되어있었다. 멍게의 가시는 연필심 같아서 잘 부러지지만, 찔리기도 쉽다고 한다. 멍게가 아니라고 빛을 비추면 도망가는 것들이나 돌 틈에서 눈코 입만 보이는 생물도 있었다.


그 때 본 오징어와 비슷한 느낌의 이미지(고프로를 사고 싶다..)

문어 아저씨는 이미 이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바다 친구들을 보았다. 오징어는 미니어처 열기구처럼 바닷속에 떠있다가, 우리를 보고는 총총 먹물을 뿌리고 통통 튀며 사라졌다. 오징어가 그렇게 귀여운지 처음 알았다. 바게트 빵처럼 생긴 통통한 해삼은 도르륵 바위에서 떨어졌고, 하얀 멸치 떼는 어찌나 빠른지 얼굴에 날아와 부딪히니 마치 비비탄 총알 공격을 받은 듯했다. 늦게까지 안 자고 어슬렁 대는 물고기 몇 마리도 보았다.


플랑크톤이 많을 듯한 움푹한 곳에서 우리는 멈춰 섰다. 그리고 라이트 밑에 가위표가 그려졌다. 라이트를 끄라는 소리다. 라이트를 끄고, 다이빙 컴퓨터는 주머니에 넣거나 손바닥으로 감쌌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손이 움직이면, 작은 별들이 생겨났다. 플랑크톤이었다. 내 손이 움직임데 따라 아주 작은 초록색 반딧불이 이 생겨나고, 곧 사라졌다. 엘사 같은 마법사가 된 느낌이었다. 별과 우주와 온 생물이 바닷속에 있었다. 여러 명이서 한참 동안 손을 휘저어, 별빛 커튼이 계속 생겨났다. 신비롭고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국내 바다는 비교적 간판 불빛이 가까워 덜한데, 동남아나 해외에 가면 더한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더 수심이 깊은 곳이었다면, 그래. 정말 말 그대로 우주에 떠있는 기분일 테다.


빛나는 플랑크톤

무거운 장비를 메고 돌아오는 길은 고되지 않고 기뻤다. 내가 아는 세상이 더 넓어졌음을, 서울에 가서 꺼내먹을 기억이 하나 더 생겨 든든했다. 코로나가 물러가면 나는 더 큰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되었다.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돌아와서 흡입한 오징어 짬뽕 컵라면의 맛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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