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졌어, 너에게>를 읽고
<빠졌어, 너에게>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여학교의 별> 작가 '와야마 야마'의 단편집이다. 전체적으로는 BL 감수성이 강하지만 일본 하이틴 일상 물에 가깝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드라마화가 되기도 했고, 다른 만화책들도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 또한 꽤 인기를 끄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특유의 시시한 유머나 인물들이 가진 빈틈 섞인 개성들이 드러나는데 이게 꽤나 귀엽다고…!
책은 초반부 햐아시라는 인물을 필두로 전개되는 <귀여운 애>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요?>가 있고, 후반부의 <니카이도 이야기>는 니카이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귀여운 외면을 가진 하야시 미요시와 니카이도 아키라는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야시는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고 그걸 남에게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바운더리에 들어가기를 기꺼워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니카이도는 반대로 사람이 무서워서 기행을 하며 기분 나쁜 외견을 자처한다. 발렌타인 때 사용감 있는 생리대를 받았다고 하니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만하다. (작중에서 아이돌처럼 생겼다는 언급이 있음...)
하지만 두 인물 모두 반짝거리는 매력을 가졌다. 얼굴에 피어나는 홍조를 숨길 수 없듯이 그들에게 다른 등장인물들은 저절로 시선을 빼앗기고 결국 그들에게 푹 빠져들고 만다. 관계가 진전되는 직접적인 장면은 없지만 서사의 여백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다.
책 안에서 우정이나 사랑 같은 건 언급되지 않는다. 때로는 대사조차 알 수 없는 장면도 많다.
그렇다고 그들의 사이에 사랑이 없는가? 그건 아니다. 텅 빈 배경 속 그들의 표정,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를 느끼며 독자 또한 그들 사이에 저절로 몰입한다. 캐릭터 얼굴에 그어진 몇 개의 빗금으로 우린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너네 사랑을 하고 있구나...!
간질거리는 서사 중간에 뜬금없는 유머 또한 눈여겨볼 포인트다. 읽으면서 작가의 그림체가 어째 호러 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 느낌이 있다 했더니 작품 내에서도 실제로 언급이 된다.
오마주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토 준지식 전개 방식(말도 안 되는 상황에 등장인물들이 크게 딴지를 걸지 않고 여차저차 전개됨) 및 얇은 빗금을 자주 사용하는 면을 보아 꽤 영향을 받은 듯?
총평을 하자면 미치게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작품이다!
p.s. 선물 받은 책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