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니 도파민 중독이다!

욕망이라는 전차에 탄 인간

by 고중

없으면 괴롭지만 과다하면 중독과 분열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현대인들의 삶에 깊게 침투해있다. SNS와 강렬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속. 과한 도파민 자극은 전두엽을 손상하고 결국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는 마취 상태에 다다르게 한다.


당신의 뇌에 존재하는 도파민 분비 프로세스는 대충 이러하다.


(1) 흥미와 자극을 느끼고 기대하는 상태가 된다. > 도파민 분비

(2) 손아귀에 쥐어진다. > COOL~!

(3) 이런 거구나! ㅇㅋ 알았다! > 도파민 중단


보상이 주어지거나 예상 범위에 들어올 때, 분비되면 도파민은 멈춘다. 긍정적인 방향에서 도파민은 현재를 살게 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지금 당장 얻을 수는 없지만 곧 미래에 내가 가질 수 있는 것. 이건 삶을 지탱해나가는 중요한 미래지향적 요소 중 하나이다.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도파민이 나오면 인간은 그 자극에 매료된다.

이 도파민이라는 게 우리를 점점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만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다. 자극을 동반한 집중과 몰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도파민은 더 중독적인 것을 탐닉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문제는 이 조절하지 못하는 '욕망'이다. 당신이 엔진이 박살난 욕망 열차에 타게 된다면 당연히 집중력과 사고력은 떨어지고 열차가 박살날 때까지 달리는 법밖에 없다. 당장의 해소, 억지로 물꼬를 튼 욕구를 멈추지 못해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욕망만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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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하거나 진화하거나, 중독되거나 성취하거나

대니얼 Z. 리버먼 외 <도파민형 인간>에서는 도파민형 인간이 욕망회로가 켜졌을 때 스릴과 쾌락에 미쳐 위험한 일에 발을 들이게 된다고 서술한다. (물론 책에는 이를 잘 조절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자주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끌려다기니엔 다소 위험한 면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도파민에 빠져 인생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소개할까 한다.


<1> 종이달 (紙の月, Pale Moon, 2014)

<종이달>의 주인공 리카는 은행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게 된다. 점차 일에 적응해나가는 리카는 어느 날 은행에 복귀하던 중 백화점에서 들고있던 고객의 예금을 일부 쓰고 다시 현금을 인출해 채워넣는 일을 한다. 특이하게도 일본의 예금, 특히 VIP고객에게는 직원이 방문해 돈과 예금 증서를 받아 은행에 보관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어쨌든 시작은 그랬지만 점점 고객의 예금에서 돈을 빼서 쓰는 일은 늘어나고 점차 사치를 위해 훔친 금액은 늘어난다. 또한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남의 돈을 베풀기 시작하며 모든 게 꼬인다. 결국 이를 눈치챈 이들에 의해 그 사실이 들통나 일상이 모두 박살나고 만다. <종이달>이라는 제목처럼 모든 욕망과 일탈은 허상과도 같다. 당장의 안온함을 위해 언젠가 끝이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리카는 인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수 억이 종이 한 장에 있고 없고 갈리는 것처럼, 돈으로 인한 사랑과 행복은 모두 얄팍한 것임을 리카는 깨닫게 된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31384



<2> 위플래쉬 (Whiplash,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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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는 미국 명문 학교에 새로 입학하게 되고 밴드에 들어가 플래쳐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 교수는 막말에 폭력성에 노답이지만 뛰어난 지휘 능력을 가진 통제광이다. 플래쳐의 밑에서 앤드류는 광기의 성장을 하게 된다. 최고의 드럼 연주를 하기 위해 손이 찢어지고 심신이 극한에 내몰리는 앤드류. 플래쳐 때문에 제자들 중 하나가 실제로 자살하기도 한다. 그는 학교까지 그만두고 모든 관계 또한 포기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잘린 플래쳐에게로 다시 돌아간다. 플래쳐 교수에게는 "그만하면 잘했어.", "그정도면 괜찮아."같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한 모든 행동을 뉘우치지 않는다. 둘은 그게 옳다고 믿는다. 미친 선생과 미친 제자는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궁극의 도파민 폭발 연주를 위해 달려간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19632



<3>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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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처세술이 괜찮은 주인공 리플리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중이다. 어수룩한 모습의 리플리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바로 남을 잘 따라하며 그로 인한 거짓말이 능숙하다는 점이다. 한 파티에서 예술가 흉내를 내던 리플리는 부자 노인의 눈에 들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 딕키를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딕키와 자신이 명문대 동창인 척 꾸며내 자유롭고 부자이며 잘생긴 그와 친해지게 된다. 딕키의 애인인 마지하고도 가까워지며 리플리는 점점 딕키의 모든 것을 욕망하게 된다.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게 되려면 더 큰 거짓말을 해야하는 법. 예전의 재미없던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리플리는 딕키를 살해한다. 이어지는 거짓말로 인해 또 타인을 죽인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리플리에게는 참회할 한번의 기회(진실을 말할)가 주어지지만 그는 훔친 타인의 삶으로 계속 살아가길 선택한다.

리플리와 딕키는 외적인 상황은 대척점에 있지만, 내적인 모습은 같다. 둘 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거침없이 이용하고 합리화하는 면모를 가졌다. 둘 중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았지만, 그 끝은 동일하게 비참하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8792



<4>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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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봄. 산 속에서 동자승과 한 스님이 세상과 떨어져 살고 있다. 동자승은 개구리나 작은 동물들을 학대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인다. 여름이 되자 사찰에 한 소녀가 요양을 위해 찾아오고 그 소녀와 동자승은 욕망을 이기지 못해 함께 절을 떠난다. 가을, 어른이 된 동자승은 배신한 아내를 죽인 후 살인자가 되어 돌아온다. 속세에서 일련의 일들을 겪은 그는 분노에 차 자살하려 한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는 고행을 실천하기 위해 종이로 눈과 코와 입을 막지만 그는 귀를 막지 못해 자살에 실패한다. 그는 아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감옥에 다녀온 청년은 노승의 사리를 수습하고 그와 같은 수행의 길을 걷는다.

그런 그에게 한 여인이 찾아와 아이를 주고는 겨울 호수 속에 빠져죽는다. 그렇게 다시 봄이 되어 노승은 동자승을 키우고 있다. 그 동자승은 노승의 과거처럼 동물을 괴롭히고 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순환하는 서사 속에서 본능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된다는 사실이 선명하다. 모든 인간은 번뇌 속에서 업보를 겪고, 결국 포기와 참회를 통해서야만 욕망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36617




앞선 영화들에서 도파민을 동반한 강렬한 욕망의 결말은 다양한 면모를 지닌다. 파멸일수도 발전일수도 혹은 어떤 깨달음의 경지일수도 있다. 욕망의 기차는 어떻게든 끝을 맞이한다. 그 끝이 비참함일지라도 그걸 겪어보지 않는 이상 포기는 어렵다.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SNS, 마약, 성욕 등 뜨거움만을 추구하면 필연적으로 허무함이 쫓아와 삶을 망가지게 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해야만 한다'는 강한 충동이 인생에서 한번쯤은 강렬하게 당신의 삶을 흔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단 및 통제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분비되는 도파민을 손에 쥐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참고 자료: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917626.html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74540341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97546083?cat_id=50005908&frm=PBOKPRO&query=%EC%98%81%ED%99%94+%EC%86%8D+%EC%9A%95%EB%A7%9D&NaPm=ct%3Dlds599sw%7Cci%3D1441644a5b0b498a0ccff049d349884d71387007%7Ctr%3Dboknx%7Csn%3D95694%7Chk%3Ddb15226f6a4bd5752c480904e36bf8d7bd2465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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