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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e우먼 May 23. 2023

당신 눈동자에, 지화자

스페인 한 달 살기 sustainable 03 

인생의 전환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내려놓고 멀리 떠나보기를 강행한 우리 가족. 스페인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기쁜 소식 하나는 남편의 새직장 출근 소식(감사합니다!). 그리고 5년 동안 속앓이감이던 특허등록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지화자!). 여전히 앞길은 구만리와 같으나 '뜨아샷추' 한 잔 들고 배포할 포스터를 만들어 올리며 반가운 소식을 주고받는 일상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3년간 여러 방향과 각도로 깎아낸 시나리오를 증명해 볼 토대 정도가 마련된 셈이며 모든 것은 이리 속 터지는 나를 믿고 묵묵히 기다려준 슬기로운 원-팀의 덕이다. 이로써 공동체를 위한 연결은 READY-SET 상태.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개인화된 세상에서 난생처음 스스로 정한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과제는 구불구불 오솔길을 비추며 눈부신 빛과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바르셀로나 관련 여행콘텐츠로 많은 도움을 받은 유튜버 

요즘 미디어마다 여행 콘텐츠가 쏟아진다. 코로나 이후 사실상 첫 휴가를 앞둔 지구촌이 '관광'이라는 공동 테마로 뒤쳐진 경기에 화력을 보태는 모습이다. 자료를 뒤져보니 2021년 기준 스페인이 벌어들인*관광수입은 348억 유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무려 3,118만 명이다. 해외 관광객 수와 관광 수입을 기준으로 스페인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의 관광대국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스페인이 1등을 기록한 자료를 이어 뒤졌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별 여행 및 관광 경쟁력 보고서에서 종합 1위를 기록을 찾았다. 사업환경, 안전, 건강 및 보건, 노동 시장, ICT 준비성, 관광 산업의 우선순위, 국제 개방성, 가격 경쟁력, 지속가능한 환경, 항공 편의성, 관광 서비스 인프라, 천연자원, 문화자원 등에 관한 지표를 종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능처럼 찾게 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19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고무적인 건 2015년 종합 29위에서 2017년 종합 19위로 무려 10 계단이 올랐다는 점. 우리나라는 ICT 준비성, 지상 교통, 문화 자원 및 비즈니스 트립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관광객 VS 현지인 

돌이켜보면 우리 셋은 스페인에서 순례자처럼 걷고 왕처럼 먹고 귀족처럼 즐기고 돌아왔다. 길치인 나도 주소 한 줄 달랑 들고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니 일단 집 밖에 나서볼 기(?)가 살았다. 식당과 볼거리 시설 대부분 영어와 스페인 메뉴를 갖추었고 영어가 가능한 직원은 한 두 명씩은 꼭 있었다. 아찔했던 숙소와의 첫 경험 후, 현지서 예약한 두 번째 아파트로 옮긴 우리 셋. 이때부터 우리의 진정한 스페인여정이 시작되었다. 

리셉션에 사람(?)이 있고 경비원이 상주하는 호텔 직영 아파트로 발코니까지 갖춘 꽤 넓은 숙소 컨디션이 마음에 쏙 들었다. 직접 식사를 해 먹는 투숙객을 배려해 소금, 후추, 올리브유, 식초, 설탕이 포장된 양념 봉투와 수세미와 세제, 세탁용 세재까지 마련돼 있었다. 건너편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도있었고(한 번도 안 갔지만) 이틀에 한 번 룸 클리닝 서비스가 제공되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박물관 입장료도 공짜였던 곳. 이곳에서 열흘 간 매일 장도 보고 하루 한 끼 집밥도 직접 해 먹으며 옷도 말끔히 빨아 입었다. 우리는 그렇게 스페인에서 본래의 일상을 서서히 꺼내어 볼 여유를 찾았다. 식사 시간이 늘어나고 산책하는 거리가 매일 조금씩 늘었다. 스페인이라는 이국과 우리의 교집합이 드러나면서 궁금한 점과 보고 싶은 곳이 비로소 하나 둘 떠 올랐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우리와 스페인의 첫 번째 교집합은 언어다. 각자 익숙한 모국어가 있고 관광업 차원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탓에 필수 정보 외에는 우리의 눈빛과 손짓에 교감해 주던 스페인사람들. 불완전한 문장으로 엉성하게 질문해도 그간의 FAQ로 쌓인 관광 전문가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옳거니, 유용한 대답과 팁들이 줄줄이 나왔다. 스페인 전문 가이드북에서는 볼 수 없던 현지인만의 깨알 같은 팁들이었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면 주변으로 시선이 넓혀지는 법. 두 번째 교집합은 디자인이었다. 거리마다 여행안내 센터나 푯말, 신호 체계, 방향 표시 등의 공공 디자인이 직관적이면서도 알맞은 위치에 배치돼 있었다. 

세 번째는 이동을 위한 도로에서 느꼈다. 횡단보도의 문턱은 완만한 경사로 깎여져 도로와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어 휠체어를 탄 이동약자와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사전에 차단했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와 운전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 도시의 교통량을 매끄럽게 분산시키는 회전교차로는 도시의 공해와 사고요소를 사전 차단한 스페인만의 슬기가 빛나는 부분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내에서 우리 셋은 자주 걸음을 멈췄다. 인파에 쫓겨 강제 멈춤 한 것이 아니라 길을 따라 꽃 피운 오렌지 나무와 가로수 그늘아래 벤치에 앉아 잠깐 쉬거나 노천카페에서 목을 축이며 풍경을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찾는 모든 경로에 맞춤형 발걸음을 배려한 도시 베르셀로나. 유럽식 건물에 입점된 글로벌 브랜드와 크고 작은 상점들은 하나같이 이곳 스타일에 맞춰 현지화된 느낌으로 튀는 법 없이 조용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공간의 빈 벽에는 도시의 예술가들의 그라피티가 생기를 불어넣고 거리의 아티스트 주변에 선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순간을 즐긴다. 이렇게 자주 멈추고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셋은 매일 적게는 만보, 많게는 이만보를 넘게 걸었다.  


공원과 성당 곳곳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스페인사람들과 여행객들


타고난 것 

재능[명사] :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르는 말.


재능은 같은 조건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놀라운 퀄리티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아이는 각자 재능을 품고 세상에 온다. 유년시절 우리는 순수한 영혼으로 자유롭게 상상하고 주변 모든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수많은 스케치를 그린다. 엄마 아빠의 물개박수와 아이를 둘러싼 양가 모두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는 희망 가득한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다. 

이어 학교에서는 사회성을 비롯해 읽고 쓰고 그리며 셈하는 법을 배운다. 12년 간 남들과 똑같이 배운 이론과 기술점수가 차례로 등수 매겨져 다음 세상으로 연결될 거리와 사이즈를 규정한다. 이제 아이는 성인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거리낄 것 없이 창조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던 아이의 타고난 재능의 반이 사라졌다. 

우리 모두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대대손손 이어져 일단 먹고(?) 들어가는 홈 스코어. 가족이란 틀 안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이 귀한 재능은 같은 색으로 디폴트 되거나 편견에 가로막혀 평범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저의 스승은 자연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새로움을 보여줍니다. 땅의 모양이나 식물, 동물의 세계에도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은 없습니다. 저는 남들과 똑같은 건축물을 짓고 싶지 않습니다.

안토니 가우디 이 코르네트 출처 : 위키백과 인물사전 


스페인이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물려받은 재능을 무기로 거리감이 있는 반대편을 끌어당겨 하나로 포장하는 문화 상품 기획, 즉 관광업이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 1852년 스페인 남부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안토니 플라시트 길롐 가우디 이 코르네트(Antoni Plàcid Guillem Gaudí i Cornet). 유년시절 약한 체력과 류머티즘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기도 힘들었던 이 아이는 훗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7개의 건축물이 등재시켰고 살아생전에 천재 건축가와 조각가로 인정받으며 74년을 살았다. 올해로 가우디가 떠난 지 97년 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과업을 수행하며 97년 후 미래에 사는 우리 기족을 자신의 홈으로 초대했다. 그의 고향에서 우리는 가우디를 만났다.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까사 바트요 외관 

일류의 백그라운드 

모든 건축가가 회색빛으로, 자로 잰 듯 반듯한 건물을 찍어내던 시절, 가우디는 자연의 곡선과 풍부한 색, 모양 그대로 건물에 반영(reflection)했다. 그의 건축은 포스트모던 양식으로 추앙받고 있다. 당시 주류였던 모더니즘을 벗어나 독자적인 외딴섬 같은 건축물들. 당시 대중과 매체는 청년기 시절 그의 작품이 선보여질 때마다 다양한 수식어로 조롱 섞은 별명으로 남들과 다른 생각의 결과물을 비웃었다. 포기하지 않던 이 재능인은 계속해서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고 고향인 바르셀로나와 공동체를 위한 자연친화 주택, 시민을 위한 문화 공원, 이동의 미래를 반영한 지속가능한 씨앗을 도시 곳곳에 심었다. 오늘날 바르셀로나의 모든 길에서 가우디의 건물이 포도송이넝쿨처럼 연결돼 있게 된 이유다.   

우리는 한국인 가이드가 안내하는 8시간짜리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워 가우디에게 베팅해 보기로 한 것.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곳곳의 랜드마크를 둘러보고 작품 뒤에 숨겨진 인간 가우디의 다양한 일화를 들을 수 있었다.           

학교에 가는 날보다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많던 어린 시절 가우디. 기력이 조금만 모이면 곧장 집 근처 숲을 찾았다고 한다.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고 햇살을 조명 삼아 잎사귀를 비춰보며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던 외톨이. 덕분에 소년은 틀에 박힌 교과서나 시험 성적표 대신 나무가 어떻게 뿌리내려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빛과 바람의 움직임과 구름과 물이 순환하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뼘짜리 작은 세상에서 대자연은 여러 번 제 옷을 갈아입으며 생명의 순환과 동물과 식물의 먹이사슬, 지속가능한 것과 관계의 상호작용을 일깨우며 약하고 작은 아이의 세계를 두루 보살폈다.  




내 손으로 이 성당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후손들이, 다음 건축가가 이 건축물을 완성시키고
이곳에 빛을 내려주리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불리는 성가정 성당 


프론드엔드와 백엔드 그리고 개발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센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공원 등. 계획도시 바르셀로나를 찾는 여행객의 동선은 앞서 나열된 가우디의 프런트엔드와 반드시 한 번씩은 조우하게 된다. 단기 여행의 대부분 프런트엔드만 보고 지나가지만 한 달을 사는 이들에게 허락된 놀라운 관전포인트가 있다. 안에 담긴 코드와 백엔드, 그리고 개발자의 삶까지 여유롭게 사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운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의 백엔드는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가톨릭 대성전, ***성가정 성당에서 찾았다. 여생을 바쳐 설계하며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지휘한 야심작으로 형태와 구조 곳곳에 천재성이 드러난 대작이다. 1882년 공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141년째 살아 숨 쉬며 완성되고 있는 이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도 불린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가우디 사망 100주기가 되는 2026년 공사를 마치게 된다고. 성당이 완공되면 예수를 상징하는 첨탑이 성당의 가운데 가장 높게 올려지게 되는데 첨탑의 높이만 172.5m. 울름 대성당의 161.5m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곳의 높이가 172.5m인 이유는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이 173m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만든 자연을 인간이 넘을 수 없다는 가우디의 신념과 철학이 종착역을 정한 것이다.     

성당 내부에 표현된 가우디 자신을 키운 자연의 모습과 종교적 의미들



ONLY 1 

뜻도 좋고 의미도 좋은 그의 성가정 대성당 건축이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지어진 이유는 뭘까. 원작자의 죽음에 관련된 것도 크지만 살아생전에도 진도는 느렸다. 성당 건축이라는 대의를 위한 과정에서 모든 것은 실측되고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했다. 생전에도 가우디는 단순히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미장공이나 타일공을 섭외하고 현장에 부르는 등 자신의 건축물이 지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시대라면 충분히 자본과 인력을 조달받아 3D 프린트를 동원해서라도 후다닥 끝낼 수 있을 텐데... 남편과 나는 성당이 보이는 카페에서 꿈꾸던 라테를 나눠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빠, 이렇게 빠른 시대에 과정형 스토리나 느림의 미학이야말로 진정한 세일즈 포인트 아닐까? 입장으로 힘을 보탠 사람들은 성전을 올리는 일에 동참한 믿음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거지. 그 결과물을 다시 보러 오고 싶지 않겠어?" 

오, 우리 와이프 천잰데?


얼마 전 스페인 정부에서 가우디 사망 100년이 되는 2026년까지는 성당 공사를 완공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양한 문제로 미뤄지거나 당겨질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오프닝 세리머니를 위해 현재 장비와 인원을 늘려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중인 모습을 확인하고 왔다. 3년 뒤 전 세계의 시선은 가우디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스페인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삼원의 중심을 꿰뚫은 성가정 성당으로 우리는 다시 양가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기로 했다. 



필요 없는 것을 만드는 공해와 필요 없는 것을 알리는 소음에는 얼굴이 없다. 때로는 보이는 재능이 세상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누군가의 루머가 둔갑하여 돌아다니기도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각 분야에 재능을 보유한 여성 전문가들과 매일 진짜 해본 것과 스스로 알리는 연습을 한다. 반감이 드는 녹색 영역에 판을 깔고 문턱이 높아 넘어질 위험이 크거나 우회할 지표가 보이면 필요한 이웃에게 정보를 전달하며 따로 제 일을 한다. 스스로를 벽에 거는 듯 한 느낌을 주기에 시 때 없이 부끄럽고 에고가 차오르는 일도 많다. 

이번 한 달 살기를 통해 나는 타고난 재능이 디폴트 되는 지점을 헤아려 보았다. 이미 보유한 자원이 충분하니 자신의 가치를 믿고 멈추거나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삶은 여전히 지속되고 일하지 않아도 같이 지켜온 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의 리즈시절은 다시 한번의 세리머니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변함없이 알리는 바이다.   


* 출처 : 스페인 대사관_IMF, 스페인 통계청,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무디스 등

**출처: 세계경제포럼_UN 세계관광기구와 WTTC 세계관광협의회 자료를 토대로 발표 

*** 출처 : 나무위키_일본어 번역인 '성가족'대신 한국천주교가 정식 명칭으로 정한 '성가정'으로 번역한 것을 사용. '성가정(聖家庭, Holy Family)'이란 가톨릭에서 모든 가정의 모범이 되는 예수, 성모 마리아, 요셉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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