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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귀리 Aug 06. 2023

내가 본 쩌는 기획자는 글을 잘 썼어

기획자의 마이크로 카피

귀리님, 심각한 얘기를 해야겠어요.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회사 동료분들과 근처 선릉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프로덕트 팀장님이 나에게 심각한 얘기를 해야겠다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회사에서 귀리님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아요.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고,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요즘 무슨 고민있어요?"


맞다. 그때 개인적으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나는 사수가 없이 일을 시작했고, 디자이너가 없는 조직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획과 디자인 일을 함께 하고 있었지만 양쪽 모두 나에게 맞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일을 구분없이 마구잡이로 공부하고 익히고 있었다.  


내 스스로도 뭐가 맞는지 틀린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이게 기획자로서의 역량인건지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인건지도 모르고 그냥 좋다는 건 다 받아들이고 익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양쪽 모두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수가 있는 회사에가면 조금 더 낫지않을까 아니면 기획자 강의를 사서 들어야하나 여러모로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기획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팀장님에게 산책을 하면서 그동안 했던 고민들을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개발을 하는 동안 만났던 기획자들한테 도움을 구해볼테니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며칠 뒤 아는 기획자분의 포트폴리오를 전해주시면서 나에게 해준말은 "기획자는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이고 내가 아는 잘 하는 기획자들은 모두 글을 잘 썼다." 단순히 문서를 잘치는게 아니라 "카피를 잘 뽑는 그런 기획자가 좋은 기획자인 것 같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서야 다른 블로그들에서 선배 기획자분들이 기획자는 화면설계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셨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디자인이나 와이어프레임, 새로 나온 핫한 툴을 다룰 수 있는 스킬이 좋은 기획자를 만드는게 아니라 회사가 하려는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그 둘을 이어주는 언어를 만드는 사람이 좋은 기획자라는 걸 알게되었다. 기획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내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때만 필요한게 아니다. 


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즉 사용자들과 소통할 때도 필요한 능력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진짜 기획자의 능력이다. 내부 이해관계자들은 이해할 때까지 붙잡고 설명하면 된다. 근데 사용자는 한번에 이해시키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도 결국은 우리의 사업을 사용자에게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기획자는 설득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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