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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Mar 08. 2023

032. 아이 옷에 한가득 묻은 그것

아이의 옷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지난 기억들

또다시 옷정리 시즌이 왔다. 옷걸이를 보니 분명히 어제까지 입던 옷들인데 갑자기 작아 보인데. 서랍을 열어보니 분명히 세네 달 전까지 입던 옷들인데 작아져있다. 무슨 마법인지 모르겠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작아진 옷들을 정리하다 보면 전에 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옷을 입고 공원에 갔었지, 이 옷을 입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지, 이 옷을 입을 때마다 토마토를 흘렸지... 아이들의 흔적들에 사진을 보듯이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게 아이의 옷에 추억이 한가득 묻어있는 걸 때마다 발견하곤 한다. 


전에 드라마 슈룹에서 왕자의 엄마가 배냇저고리를 안고 우는 장면이 있었다. 배냇저고리를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더랬다. 아이의 물건들은 대부분 특별하지만 옷은 유독 더 그렇다. 옷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엄마이고 사놓고도 반품할까 교환할까 그냥 입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엄마다. 옷을 사면서 아이가 입었을 때 모습을 상상하고 수없이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엄마다. 약간 작아진 옷을 보며 조금 더 입을까 그냥 나눔 할까를 고민하고 아이가 입은 옷을 보고 또다시 거기에 어울리는 다른 옷이 뭐가 입을까를 끝없이 생각한다. 엄마가 고른 옷 대신 캐릭터가 촌스럽게 그려진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그 순간에도, 엄마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아이를 예쁘게 입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첫째 아이에게 작아진 옷은 둘째에게 간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제대로 못 입고 거의 새것으로 둘째에게 넘어가는 옷이 꽤 많다. 그런 걸 보며 둘째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둘째가 더 잘 입는 걸 보며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 새로 주문한 옷들이 택배로 도착했다. 오늘은 둘째의 옷도 함께다. 첫째와 둘째 세트로 입으면 얼마나 귀여울지를 상상하며 또 웃는다. 올봄의 추억에 새로운 옷들이 해낼 몫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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