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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Mar 06. 2023

031.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온도차

보유에서 교육으로, 감동만 할 때가 아닌 지금

방금 둘째가 처음으로 유치원 버스를 타고 떠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 손을 잡고 어린이집 현관에서 빠이빠이 하던 아이가 버스를 탄 채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 살 많은 누나가 옆에 있지만 그 작은 아이가 왜 그리 짠한지 모르겠다. 늘 누나 옆에 있어서 작아 보이고(또래보다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늘 도움이 필요할 것만 같은(혼자서 화장실도 잘 가지만) 둘째. 그런 녀석의 버스 탄 뒷모습을 보니 새삼 컸구나 싶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확실히 느끼는 온도차가 다르다. 어린이집은 보육이다. 따뜻하고 안심되고 늦게까지 맡겨도 불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치원은 교육이다. 혹시 선생님한테 혼났을까, 아이들이랑 싸웠을까 이런 게 더 궁금하고 염려된다. 아이가 하원할 때 묻는 질문도 다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오늘 간식 뭐 먹었어? 낮잠 푹 잤어?"를 물었다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는 "오늘 뭐 재밌게 놀았어? 뭐 새로운 거 알았어? 친구랑은 뭐 했어?" 등을 묻게 된다. 


5살 때 유치원에 들어간 첫째 아이는 6살이 된 오늘, 일 년 새 키가 큰 건 물론이고 뇌는 5살 때보다 다섯 배는 더 자란 듯하다. 아이들을 왜 스펀지라고 표현하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처음에는 얘가 이런 걸 어디서 배웠지? 하며 놀라다가 이제는 얘가 어디까지 학습할 수 있을까? 또 궁금해진다.

동시에 조금 경계가 된다. 유치원에 가는 둘째도 이제 지 누나처럼 뭐든지 쏙쏙 빨아들일 터다. 그 말은 좋은 거 나쁜 거 다 빨아들인다는 뜻이다. 둘이 함께 있으니 그 시너지도 엄청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엄마로서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 


최근에 일타스캔들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했다. 안타까운 설정들이 있었고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내 아이들이 겪을 일이란 것도 새삼 깨달았다. 드라마 엔딩을 보며 스스로 다짐해 본다. 적어도 아이들을 쫄리게 만드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쁜 길로 가려고 할 때 단호하게 막는 엄마가 되어야지. 그리고 이 다짐을 잊지 말아야지. 앞으로, 적어도 15년은. 


오늘 낮잠시간 없이 하원하고 헤롱거릴 둘째의 얼굴이 벌써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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