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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Feb 20. 2023

030. 나이의 수식어

너는 공주 왕자, 그럼 나는?



딸아이가 처음으로 파마를 했다. 공주가 되고 싶단다. 구불구불한 머리는 흔들면서 자기는 작은 공주란다.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런 소리하면서 공주 하겠니 싶었다.


아이들 바라보며 문득 나의 나이 한 자릿수 시절이 떠올랐다. 멋 모르고 그냥 깨방정 떨던 그 시절. 그 시절의 나를 표현하자면 발랄함이었다. 

그리고 10대를 생각해 봤다. 새로운 것을 머리로 마구마구 집어먹던 시절이었다. 상관없이 용감하고 이유 없이 자신감 넘치고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되던 그때. 그냥 하고 싶은 걸 향해 뛰기만 하면 되고 대부분 성공하던 그때. 10대의 나는 똑똑함이었다. 

20대는 무엇이었을까. 뒤늦은 사춘기로 엄마에게 상처를 준 게 10대가 아닌 20대 시절이었다. 원하던 대학에 붙어서 기고만장했고 밖으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10대 때와 달리 높은 벽들이 있었고 거기에 한 번씩 두 번씩 부딪히면서 아팠다. 그래도 내가 해결할 거야 라며 부모님을 속상하게 했던 시절. 회사일이 힘들어도 바보같이 힘들어 소리 한 번 안 하던 시절. 20대의 나는 철없음이었다. 

30대는 생각할 것도 없다. 바쁨이다. 이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퇴직을 하고 연년생을 키웠다. 그리고 5년쯤 지나자 30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눈코뜰 새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10년을 열흘처럼 보내고 나니 30대가 좀 아쉽기는 하다. 거울을 보면 왜인지 모르게 피곤해 보이는 게 싫다. 그래도 30대 중반까지는 자고 일어나면 반들반들했던 거 같은데. 한 며칠 동안 시무룩해있다가 그냥 나답게 결심했다. 그래 가지고 태어난 걸로 근 40년 살았으면 앞으로 40년은 내가 만들면서 살아야지 뭐.


어떤 드라마였는지 생각은 안 나는데 일본 드라마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이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될 나이야."

나이 든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면 주름에도 성격이 드러난다. 웃어서 생긴 주름과 화를 내서 생긴 주름은 확연히 다르다. 멋지게 나이 드는 건 이제 내가 어떤 성격을 어떻게 다스리면서 사느냐에 달린 일이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 그때가 벌써 나에게 온 것이다. 


만 나이 말고 대한민국 전통 셈 나이로 2023년, 39세다. 40대를 준비하자고 마음먹었다. 목표한 40대의 수식어는 빛남. 10대 때 무모했던 당당함 말고 이유로 가득 찬 당당함을 앞세워서 빛나는 게 목표다. 디테일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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