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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Jan 19. 2023

026. 더글로리를 보고 복잡해진 마음

내 딸은 어떤 세상을 살게 될까



더글로리 1화를 봤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저 아이들의 폭력적인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내 딸도 학교를 다니게 될 텐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딸도 멀게 또는 가깝게 저런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게 될 테니 말이다. 


요즘 학교 폭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는 체감한 적이 없어서 가늠할 수가 없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이 일반적인 것인지 특수해서 방송을 타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건 한 사건이라도, 아니 단 한 대라도 아이들이 아파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어른의 권력이 아이들의 권력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자라면 사람 밑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 노트가 궁금해진다. 어디에서 어떤 아이들과 어떤 선생님들을 만나며 취재를 했을지 궁금하다. 


시청자들은 더글로리라는 드라마를 통해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사건들을 만나고 있다. 아마 그래 드라마니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글로리의 뒤편에는 진짜 사건들이 있을 터이다. 김은숙 작가가 취재하고 인터뷰한 사건들 말이다. 아픔을 겪은 아이들은 아픔을 안고 사는 어른이 되었을 것이고 트라우마를 안고 있을 것이다. 문동은처럼 이를 갈면서 복수를 꿈꾸는 이들이 실제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 폭력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들이 연쇄작용으로 일어나듯이 학교 폭력 주변에서 폭력에 어떤 형태로든 노출된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 하게 될 행동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울 것이다. 폭력의 묵인을 경험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고, 폭력의 힘을 본 아이들은 부당한 사건들 앞에서 눈을 돌리고 회피할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거라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방송의 역할 중 하나가 사회의 잘못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시사 프로그램도 있는데 왜 드라마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반발할 것이다. 드라마는 하하호호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핀잔을 주며 말이다. 하지만 그건 동화지 드라마가 아니다. 다음은 1화 중 문동은(송혜교)의 대사다. 

"이건 동화가 아니야. 우화지."

김은숙 작가가 동화가 아닌 우화를 어떤 방향의 이야기로 만들었을지 알고 싶어서 다음 화를 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더글로리를 보고 분노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까 아니면 복수의 허무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까. 어느 쪽이든 엄마로서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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