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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Jan 17. 2023

025.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너와 못 먹게 하는 엄마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하고 남편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집은 거의 분기별로 한 번씩 아이스크림을 먹는 추세다. 감기와 감기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관계로. 

"엄마, 나는 감기 아닌데 꿈이 몰래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돼?"

"엄마, 나 감기 다 나으면 누나랑 같이 아이스크림 먹을래."


시원하고 달콤한 그 군것질은 아이들의 머릿속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젤리, 초콜릿 등에 잠시 밀려 있다가 서운해지면 한 번씩 툭 튀어나와서 나도 있어!라고 외치는 듯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코를 슥 문지르며 엄마에게 온다. 나 콧물 안 난다고. 아이스크림 먹어도 된다고.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는 잊을만하면 등장하고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나라고 주고 싶지 않을 리가 없다. 흘릴까 봐 작은 혓바닥을 날름 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의 코 끝에 달린 콧물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지워버린다. 

감기와 싸우는 중일 때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만 생각하면서 약도 꿀꺽 삼키고 잠자리에도 일찍 들어간다. 어떻게든 빨리 나아야 하는 그 심정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다고 금세 코를 킁킁하는 아이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나마 여름은 괜찮다. 일 년 중 유일하게 아이스크림을 배탈 걱정만 하면서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 올 때 아이스크림은 가장 멀리 아이들에게서 떠나간다. 봄까지는 거의 장거리 연애, 이별 수준이다. 


어제 오랜만에 큰 아이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마트에서 빵빠레 하나 사가지고 집에 오는 그 몇 걸음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딸아이인데 웃고 우는 건 엄마인 나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그 와중에 감기 걸린 동생이 먹고 싶어 할 걸 또 아는지라 비밀로 하자고 한다. 또 귀엽고 짠하다. 며칠 동안 눈이 뽀얗게 쌓였다. 또 사르르 녹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떠올릴 터이다. 눈이랑 닮았다. 먹고 싶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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