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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Jan 01. 2023

022. 아이들은 새해를 실망하지 않는다

1월 1일인데 왜 키가 안 컸지? ㅋㅋㅋ



더 이상 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내 딸의 나이가 중요하다.

"엄마, 나 이제 6살이야?"

2023년이 되기 몇 시간 전에 묻는 딸의 말이다.


어른에게 새해는 중요치 않다. 한 해가 지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가 지날 뿐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하지만 어른들은 안다.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다는 걸.

그러나 아이들에게 새해는 중요하다. 어른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키가 커지고 싶고 결국엔 엄마처럼 되고 싶기 때문에. 아이들은 1월 1일에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다.


오늘 그런 기대에 찬 말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온전한 희망. 온전한 기대. 그런 걸 가져본 적이 대체 언제였던지 모르겠다. 더 신기한 건 본인들이 기대한 새해가 아닌데 실망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키가 안 컸지? 이상하네 ㅋㅋㅋ”

그리고 끝. 기대에 대한 실망은 빼고 그저 한 살을 더 먹었음을 기뻐한다. 아주 순수하게.


올해는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작년 목표에 대해 실망이 많았던 한해였던 이유다. 그런 와중에 딸의 말일 들으며 반성했다. 결국 목표를 세웠던 것도 기대를 했던 것도 나다. 그 기대에 대한 책임도 나의 몫이다. 좋았던 나빴던 말이다.


올해 2023년은 기대 없이 열심히 해보려 한다. 눈앞의 시간들과 사건들에게 성실할 것. 그것이 나의 다짐이다. 새해를 욕심내지 않는 우리 딸 덕분에 올해의 12월 31일은 좀 다를 거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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