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옷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지난 기억들
또다시 옷정리 시즌이 왔다. 옷걸이를 보니 분명히 어제까지 입던 옷들인데 갑자기 작아 보인데. 서랍을 열어보니 분명히 세네 달 전까지 입던 옷들인데 작아져있다. 무슨 마법인지 모르겠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작아진 옷들을 정리하다 보면 전에 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옷을 입고 공원에 갔었지, 이 옷을 입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지, 이 옷을 입을 때마다 토마토를 흘렸지... 아이들의 흔적들에 사진을 보듯이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게 아이의 옷에 추억이 한가득 묻어있는 걸 때마다 발견하곤 한다.
전에 드라마 슈룹에서 왕자의 엄마가 배냇저고리를 안고 우는 장면이 있었다. 배냇저고리를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더랬다. 아이의 물건들은 대부분 특별하지만 옷은 유독 더 그렇다. 옷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엄마이고 사놓고도 반품할까 교환할까 그냥 입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엄마다. 옷을 사면서 아이가 입었을 때 모습을 상상하고 수없이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엄마다. 약간 작아진 옷을 보며 조금 더 입을까 그냥 나눔 할까를 고민하고 아이가 입은 옷을 보고 또다시 거기에 어울리는 다른 옷이 뭐가 입을까를 끝없이 생각한다. 엄마가 고른 옷 대신 캐릭터가 촌스럽게 그려진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그 순간에도, 엄마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아이를 예쁘게 입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첫째 아이에게 작아진 옷은 둘째에게 간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제대로 못 입고 거의 새것으로 둘째에게 넘어가는 옷이 꽤 많다. 그런 걸 보며 둘째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둘째가 더 잘 입는 걸 보며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 새로 주문한 옷들이 택배로 도착했다. 오늘은 둘째의 옷도 함께다. 첫째와 둘째 세트로 입으면 얼마나 귀여울지를 상상하며 또 웃는다. 올봄의 추억에 새로운 옷들이 해낼 몫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