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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Aug 14. 2024

049. 7년째인데도 잘 때가 제일 예쁘니

엄마의 육퇴는 보너스 같은 건가 보다 :) 랄랄라




어느새 첫째가 만 6세다. 클 만큼 컸고 혼자 하는 것도 늘었다. 불과 6개월 전에 비하더라도 손이 덜 가고 같이 하는 놀이도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잘 때가 제일 예쁘다니...!


처음에는 내가 점점 게을러지는 건가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육체적 육아에서 정신적 육아로 넘어가서 그런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둘 다 아닌 거 같았다. 


첫째는 여전히 잠드는데 오래 걸린다. 하지만 갓난아기 시절처럼 징징대지 않고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옆에 누워있다가 샤샥 나오는 것뿐이다. (물론 밤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만 조금, 아주 조금 쬐끔 썽을 낼 때도 있지만)

갓난아기 시절을 떠올리면 2시간 내내 울어재끼다가 간신히 잠든 그 평온한 얼굴을 볼 때 희열을 느꼈던 거 같다.

"드디어 해냈다! 이 아이를 재웠다!"

라는 성취감이랄까? 


매일 반복되던 그 순간들이 어느새 끝이 나고 딸아이는 나와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시간이 넘어가면

"이제 얘기 그만, 자자"

의 수순을 밟은 후 또 한 시간을 보냈더랬다. 그렇게 또 몇 년을 보냈다. 


지금 딸아이는 눈치껏 나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혼자 종알종알 인형놀이를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나의 역할은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뿐. 걸리는 시간은 갓난아기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나의 노력은 1도 없다. 딸아이와 누워있는 시간 동안 나도 하루를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어떤 일이 있었지 되새김질하고, 아이를 재운 후 써야 할 글의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 일상이 힘든가? 하고 말이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맞춤법을 알려주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역할놀이가 좀 다양해졌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정도? 놀이의 시간은 갓난아기 때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첫째와 둘째, 둘이 노는 시간이 늘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20대 초반 무렵이었던가. 이미 다 큰 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엄마가 나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같이 떡볶이 먹으려고 사 왔었는데 너무 이쁘게 자고 있어서 못 깨웠어."


그 순간 심드렁하게 넘겼던 그 말이, 문득 떠오른 그 순간에 어찌나 왈칵 쏟아지던지. 


20대 초반의 딸내미를 바라보는 엄마는 아마 매일을 초긴장 상태였을 듯하다. 학교에 가는지 친구랑 놀러 가는지 알 수 없는 저 아이의 나날들 속에, 잠시 집이라는 공간 속에 몸을 맡기고 잠든 그 시간. 그 시간에 잠시 긴장을 놓은 엄마는 얼마나 내가 이뻐 보였을까. 


오늘 나도 딸아이를 재우고 짧은 시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되짚었다. 나는 오늘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나. 얼마나 이 아이를 향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나. 그 모든 날 섰던 기운들을 툭, 내려놓는 이 순간이 어떻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7살이 된, 만 6세가 된 너는 여전히 예쁘다. 점점 더 예쁘다. 몇 분 전에 나를 괴롭히고 짜증 내던 파편들을 모두 없애버릴 만큼 잠든 너의 얼굴은 예쁘다. 내 하루의 마침표 같은 너의 얼굴이 어떻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내일도 그 예뻤던 얼굴로 나를 긴장시키겠지만 그게 내 행복이려니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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