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함과 그리움이 발아한 너의 감정나무를 위해
사랑하는 내 딸.
유난히 울고 보채는 며칠이었다. 그렇지?
오늘도 빨간 토끼눈으로 잠든 너를 보다가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기도 아니고 아빠가 보고 싶어서
계속 눈물이 난다는 사실이
어떤 면에서는 네 스스로도 어이가 없긴 한가 보더라.
아기 때는 이렇게 안 울었는데 왜 7살이나 되어서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빠,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핑 돌고
행복한 생각을 해도 마음이 동하는 널 보면서
'이 아이가 애틋함과 그리움을 깨달았구나.'
하는 걸 알았단다.
평소 일이 많은 아빠가 집에 없으면 없나 보다
있으면 있나 보다 했던 네가
어느새 그리움이란 감정을 마주했구나.
마냥 아기 같던 너의 마음이 언제 이리도 자랐는지
엄마는 대견하면서도 울컥해.
조금 전, 가물가물 잠들어 가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지.
"엄마, 내 감정도 나처럼 어린이야? 아직 어려?"
그래서 엄마가 대답했지.
"그럼 어리고 말고. 아직 한참 자라야 하니 어린이지.
하나씩 만나게 될 너의 감정들을
모두 소중하게 들여다보면 좋겠어."
아기 때 단순히 배고파, 졸려, 따뜻해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가까운 감정들 뿐이었다면
어른에 가까워질수록
행복해, 욕심나, 설레어, 질투나 등등
복합적이고 정의하기 애매한 감정들이
포르르 솟아나게 되지.
사랑하는 내 딸,
모두 다 너의 마음이 자라는 과정이란다.
엄마는 네가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생생하게 느끼는 아이라서 너무나도,
너무나도 감사해.
그리고 그 감정들을 서툰 너의 단어들과 표현들을
총 동원해서 내게 설명하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자랑스러운지 몰라.
사랑하는 내 딸. 네가 요즘 마주하고 있는
그리움과 애틋함을
충분히 느끼고 가슴 가까이에 새겨두렴.
그 마음들은 앞으로 너의 인생이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지,
또 네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는 사람인지
가늠할 중요한 척도가 될 거야.
기억하렴.
모든 슬프고 기쁜 감정들은
필요하기 때문에 태어나는 거란 걸.
지금 네가 아빠를 향해 느끼는 이 감정들이
비벼지고 비벼져서
정확히 설명할 수 없고 여전히 인간의 숙제인 가치,
사랑의 한 자락이란 걸 말이야.
사랑하는 내 딸.
나의 가장 우선순위인 네가
요즘 다채롭고 단단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 덕에
엄마도 같이 몰래 울고 있단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도 아직 자라고 있다는 건,
이건 비밀이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