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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Nov 06. 2024

056. 수영모의 편파적 귀여움

달걀 수영모도 네가 쓰니 애교 부리는 듯 보이는구나



워터파크에서 동그란 달걀 수영모를 쓴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를 꽉 누르고 얼굴 라인과 쫙 연결되는 수영모를 쓰면 

어느 포인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를 3% 정도는 지니게 된다. 

예뻐서 웃는 거 말고 웃겨서 웃는 거 말이다.



7살 딸아이의 첫 수영교실이었다. 그동안 워터파크에 자주 다녔어도 

이 아이 역시 캡모자나 챙있는 모자를 썼지 달걀 수영모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왜인걸?!

수영모를 쓴 모습이 메추리알은 메추리알인데 

깨물어주고 싶은 하트가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닌가!



아... 네가 수영교실을 시작한 것은 물에 뜨기 위해서도, 생존수영 입문도 아니었구나.

매끄럽고 깜찍한 메추리알이 옹알이하는 듯한 이 모습을 '내'가 보기 위해서였구나.


눈앞에 보이는 이 모습, 설탕보다 중독성 높고 

터져 나오는 미소를 참는 게 기침보다 어려운 이 모습을 우리 가족 중 나만 보고 있다니.

딸내미가 세상에 나온 후 나만 봐서 안타까운 순간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이건 정말... 



탈의실인 데다 수영장 안에는 다른 아이들도 있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다이아몬드를 줘도 바꾸지 않을 이 귀여운 모습을 꼭, 주말에 집에서 남기리라 다짐했다.

낡은 표현을 빌어, 심쿵이란 단어가 사람이 된다면 이거구나, 했던 오늘.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 깜찍한 메추리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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