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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 Jul 02. 2023

글이 안 써진다. 그래서 쓴다.

반복되는 무기력과 한탄

230622



그동안 이런저런 수업을 들으며 써두었던 에세이를 하나씩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그럭저럭 양이 되는 것 같아 참 뿌듯하다. 사실 에세이 수업에서 쓴 글 외에도 혼자 쓴 글이 몇 개 더 있는데, 이건 워낙 우울에 젖어있을 때 썼던 글이라 톤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올리는 것이 무척 망설여진다. 분명 어딘가에 올려보려고 썼던 글인데. 지금 보니 왜 이렇게 민망한지 모르겠다. 너무 적나라하게 내 고민이 담겨 있어서 그런가?      


지난 글을 살펴보니 또 하나 웃긴 점을 발견했는데, 글이 안 써진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거다. 웹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히 해보려고 블로그를 파고 이런저런 틀을 잡아 보고 있었는데, 이러다간 작업이 안 돼 미치겠다는 내용으로만 매일의 글을 채우게 될 것만 같다. 이러면 안 될 텐데. 뭔가 다른 이야기도 해야 할 텐데. 그러나 오늘도 소설이 안 써져서 새 문서를 켰다. 안 써진다는 말이라도 써보려고.     

 

꽤 오래, 그리고 상습적으로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 무기력의 원인은 대체로 우울이고, 우울의 원인은 아마도 불안 때문이다. 불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글쓰기에 관한 것일 때가 많다. 그럼 결국 뭐라도 써야 이 불안과 우울과 무기력이 해소된다는 것일 텐데, 불안과 우울과 무기력 때문에 글이 써지지 않는다니. 지독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 같다.      


최근 새 작품이 출간됐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꽤 오랜 시간 썼던 작품이고, 그만큼 애착이 큰 작품이기도 하다. 벌써 세 번째 출간.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요령도 없고 마음만 급해서 영 엉성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준비도 많이 했고 그 덕에 내가 만든 주인공들에게 애착도 깊어졌다. 그러나 성적은 나의 정성이나 애착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다지 좋지 못했던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보다도 실적이 떨어진다. 이것이 결국 최근의 우울과 무기력을 가져오고 말았다.      


또다시 도통 글이 써지질 않는다. 하필 최근 쓰고 있는 것은 이번에 출간한 작품의 외전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 글에 외전이라니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패착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그것을 고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나 혼자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도통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럼 역시 내 글이 문제였나. 이런 생각은 다시 나를 우울과 무기력의 늪으로 빠뜨린다.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그래도 이걸 꾸역꾸역 쓰겠다고 붙들고 있는 것은, 역시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영 사람들이 읽어주진 않지만 나는 내가 만든 이 주인공들을 무척 사랑하고 있으니,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무리 짓고 싶다. 외전을 내겠다고 나의 담당 PD에게 이미 말해뒀다는 이유도 있고.  

    

그래서 글을 쓴다. 그러나 역시 이 방향, 이 전개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람들 반응이라도 보이면 내 길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가늠이라도 해볼 텐데.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을 더듬어가며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여기로 가면 문이 나오긴 하는 거야? 누가 돌이라도 던져서 알려주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아이고. 축축 처진다. 올리지도 못하고 숨겨둔 글이 죄다 이런 식이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글이 안 써지고, 읽히지 않아 괴롭다는 말을 쉼 없이 하고 있다. 그나마 예전의 글과 지금이 다른 점은, 그때는 그렇게 멀고 험해 보이던 완결을 어떻게든 내긴 냈고, 책을 출간하긴 했다는 거다. 그리고 성적이 어떻든, 나는 나의 이번 글이 퍽 마음에 든다. 그래. 달라진 것이 있긴 있었다. 비록 고민은 여전할지라도.      


하루에도 몇 개씩 신간이 쏟아지는 웹 소설 시장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션 기간은 고작 일주일 남짓. 그나마도 어느 위치의 어느 배너에 이름이 오르느냐는 다른 문제. 프로모션 기간 동안 눈에 띄지 못하면 그대로 새로운 작품에 파묻혀버리고 만다. 어떻게 해야 이 작품을 다시 파내서 사람들 눈앞에 흔들어 볼 수 있을까?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나마 외전을 쓰고 나면 이걸 빌미로 한 번 더 이름을 띄워볼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럼 몇 명이라도 더 눌러보지 않을까? 표지는 참 예쁘게 잘 나왔으니까. 그런 확신도 없는 희망을 품으며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는다. 다잡아야 한다. 자책하고 불안해하느라 썼던 것을 계속 뜯어고치는 짓은 그만두고, 이젠 진도를 좀 나가보자. 그래야 새 작품을 쓰든 말든 하지 않겠니.      


아. 역시 우울한 글은 어디 내놓기가 무섭고 민망하다. 그래도 일단 썼으니 올려본다. 이게 오늘 나의 작업일지. 다음 작업일지는 글이 잘 써져서 뿌듯하단 내용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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