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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hyunsee Jan 30. 2020

태국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 펫부리

65일 동남아 배낭여행의 기록 (2)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것의 의미


펫부리로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조쉬 집에 모두 모여 마지막 식사를 함께했다. 애니는 싱싱한 해산물을 잔뜩 넣은 그린커리를 해주었고, 나는 김치전을 만들었다. 음식을 함께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함께하는 동안 우린 많은 식사를 함께했지만 그날의 식사가 마지막이어서 인지 아니면 직접 요리한 음식을 함께해서 인지 유독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베란다에 작은 주방이 함께 있었는데 그곳에 오밀조밀 둘러앉아 참 많이 웃었다. 조쉬는 자신이 그린 10호짜리 작은 그림을 나에게 선물했다. 배낭여행 중인 나에게 그림을 들고 다니기는 무리였기에 방콕에 다시 돌아와 찾아갈 것을 약속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확인하는 순간들,
태국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14년의 태국은 좀 띄엄띄엄했다. 방콕 중심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다. 여행 동안 믿고 의지할 것이라고는 론리플래닛 한 권이 전부였다. 책에서 추천하는 대로 방콕에서 펫부리까지는 기차 이동하였다. 시간표의 시간보다 적게는 1시간 많게는 4시간이 늦을 수도 있다는 여행 팁을 덕분에 더 여유롭게 여정을 즐 길 수 있었다. 운 좋게 40분 정도 기다리자 플랫폼으로 기차가 들어왔다.


이것이 우리가 타기로 한 열차가 맞는지 펫부리까지 가는 것이 맞는지는 더 알 길이 없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지만 젊은 태국 청년에게 물어물어 기차를 탔다. 젊은 태국인은 영어를 조금은 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는 언제나 나를 무색하게 했다. 나 역시 영어에 능통하지는 않았었으니. 태국에서 사람들에게 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의사소통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신기한 건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의견과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자신만의 반짝이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기억으로는 방콕에서 펫부리까지 4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예정대로라면 3시간 정도 걸렸을 거리이다. 지나치는 역마다 승하차 시간은 대중이 없었다.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어쩌면 비합리적인 것 같아 보였지만 그렇게도 사람은 살아지는 존재였다.


앞에 앉은 아이는 다른 언어와 피부색을 가진 우리가 궁금했는지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훔쳐보아 장난을 슬쩍 걸었더니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나, 냉랭해진 우리 관계도 그렇게 웃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옆자리에 있는 태국 청년과도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꿈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의 대한 꿈과 열정이 확실한 친구였다.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외적인 생김새와 어떤 타이틀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반짝임이 타인의 기억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향이 된다.


계획하는 모든 것들은 틀어지기 마련이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 펫부리에 도착했다. 유일한 정보통인 론리플래닛은 우리의 바이블 같은 것이었다. 역 근처 뚝뚝 운전자들은 바가지가 많으니 흥정 후 탑승할 것. 이런 작은 팁에 앞서 줄 서 있는 뚝뚝 아저씨들을 무조건 제외하기 시작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뚝뚝의 줄 끝에 당도하야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뚝뚝을 탔다. 버스라기보다는 탄 사람들의 행선지를 물어 가는 길에 하나하나 내려주는 그런 시스템의 1톤 트럭을 개조한 대중교통이었다. 오는 길에 묵기로 결정한 숙소의 이름을 알려주고 우리는 펫부리 골목 곳곳을 돌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우리가 내렸다. 그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에는 요금 바가지를 더 씌우려고 그러나 하다가 나중에는 납치하려는 것은 아닌가 까지 생각이 흘렀다. 그러나 기사는 우리에게 웃돈을 요구하지도 해를 가하지도 않았다.


론리플래닛의 나온 주소로 갔지만 숙소가 없었다. 버스 기사도 더 이상은 모르겠다며 금방에 우리를 내려놓고는 돌아갔다. 어둠은 이미 짙게 내렸고 낯선 이곳에서 더 길을 잃었다. 지나가던 사람의 도움으로 결국 그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우리가 헤매던 길 바로 위 둑에 있었던 것이다. 어둡고 낯설고 마음이 조급해지니 우리는 코앞에 둔 목적지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헤매다 보니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돈을 더 주더라도 뚝뚝을 타고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라고 후회했다. 여행은 결국 스스로 부딪히며 깨닫는 것이라고, 여행 가이드북은 우리를 가이드할 뿐이지 정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날 밤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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