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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Dec 08. 2021

노래방

인터뷰 - 양리의 이별 보관소 첫 번째 에피소드

구원만 남기고 구원자는 떠나보낸 여자(29)

연애기간 2년 3개월

헤어진 지 24일째 되는 날의 이별 보관소 인터뷰


이별 보관소 인터뷰를 마치면서 나는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지나간 연애를 노래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물론 가상이지만 나는 작곡을 할 테니 당신은 작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 마지막 가사를 이렇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너는 나의 구원이었다.


불안정했던 감정을 따라 모든 것이 불안하고 흔들렸던 그녀를 작은 요람에 누운 기분이 들게 한 사람은 그였다. 그를 사랑했던 순간에 대해 묻는 나에게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제가 변한 모습을 너무 좋아해 줬어요. 그를 만나고 불안했던 모습은 안 보이고 너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가 은인이었다고 까지 말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구원자, 은인 이 두 단어로 둘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히 이 연애의 초반과 후반을 미루어 짐작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까? 그녀는 둘의 관계가 휘청였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둘의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철저한 을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인정했다. “제가 정말 잘했어요. 마음이나 물질 모두 엄청 바치고 퍼주는 스타일? 제가 그랬어요. 정말 다 퍼줄 정도로 내 눈에는 그 사람이 대단하게 보였거든요”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관계를 바꿔보려고 노력도 해봤다고 했다.  

   

 “그 친구한테 제가 ‘너에게 내가 너무 퍼주기만 한 것 같아. 이제는 동등한 위치에서 연애하고 싶어’라고 솔직하게 말했고 퍼주기만 했던 제 행동을 좀 조심하기 시작했죠.” 그녀의 말 이후로 서로 조심은 했지만 근본적으로 관계를 뒤집지 못했다. 그녀는 불안함에 서운함까지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수순대로 ‘우리 사랑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헤어지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평소처럼 데이트하려고 만난 주말에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 오늘 헤어지는 날이구나’라는 생각 들었고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덤덤하게 말하는 그녀의 입술이 조금 떨렸다.    

  

그래도 그 사람을 통해서 그녀는 많이 배웠고 자신의 연애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다음 사람에게는 잘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질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 사랑하는 마음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앞선 대화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새로움이 느껴졌다.


아마 이런 생각에 그녀는 이 이별을 더 잘 보관했으면 좋겠다고 느낀 것 같다.      


그녀는 둘의 연애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을 주었던 공간인 노래방을 이별 보관소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 “처음 만난 날에도 노래방을 갔고 데이트도 노래방에서 자주 했었는데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은 아닌데 그 친구가 보기에는 제가 노래를 부르는 게 참 좋았나 봐요. 노래 잘한다. 너무 예쁘다 고 칭찬해줬던 게 기억이 나요. 그때 그 공간 안에서는 저도 너무 행복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칭찬이 얼마나 달콤했을까 잠시 떠올리던 나를 보던 그녀는 그가 연습 겸 애창하던 황인욱의 노래 ‘포장마차’를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노래를 여러 번 들었다. 나도 그녀도 우연히 이 노래를 들으면 슬프기보다 반가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묘해졌다.

잘 보관해드리겠습니다.


직접 인터뷰 진행한 내용을 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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