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이런 땡여름에 신호등을 두 개 건너 있는 곳에 주차할 수 있다. 거길 책 열다섯 권을 넣고 이고 지고 또는 카트에 끌고 온다.
아무튼 도서관에 오면 우리 아이는 수학도둑.. 마법천자문.. 쿠키런어드벤처.. 만화책 못 봐서 서러운 고양이처럼 도서관을 헤집는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대출을 마치고 나면 곧 울 것 같은 남자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이거... 대출했어??
아이가 대답했다.
어 대출했어. 다음 주에 반납할 거야.
들리는가 보이지 않는 총성소리가 ㅎㅎ
대출에서 승리한 자의 책상.
아무튼 나는 그녀의 옆에서 요즘 벼락치기 중이다.
집이나 독서실이나 책을 끼고 다니는 나의 생소한 모습이
아이는 왠지 싫지 않은지 옆에서 책을 읽으며 말한다.
엄마 충분히 공부한 다음에 집에 가자고.
단지 내 독서실이 월 2만 원이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줌마가 스카나 독서실 문을 열어보기엔 좀 떨리기도 하고
강의를 하도 들었더니 외이도염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어서
이어폰을 못 끼는 상태다.
오픈형 이어폰도 있는데 매우 조용한 데서는 옆사람에게 들리기도 해서 독서실은 좀 그렇고 혼자 외우려면 우리 집 방음부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땐 도서관 노트북 열람실에서 오픈형 이어폰을 끼고 강의를 듣는다. 안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다시 마시고 약이 좀 늘긴 했지만 이건 방학을 앞둔 교사의 숙명 같은 거라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