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풍회 Apr 29. 2020

미국간호사이민자남편

알 수 없다.

어느 한 남편의 기막힌 사연.

밤근무를 나가기 전, 나는 우리의 상처에 대해 돌아보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도 절박하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아내를 보았다. 그건 아내의 환자에 대한 이야기. 그 남자는 며칠전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크게 부상을 당했고, 3아이들을 동반하였다고 한다. 다행이 2 아이는 별 상처없이 무사했지만 갓 10개월이 된 남자아이는 세상을 떴다. 아내는 환자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피한다고 했다. 영어로 설명하기 귀찮음, 일에 집중하기도 바쁜 유닛의 성격 등등의 이유로. 근데 그날따라 그 환자 옆에 놓여 있는 앳되고 이쁜 - adorable- 아이의 사진을 보고 이쁘다고 칭찬했는데, 그 환자 왈, “걔 이번 사고로 크게 다쳐 목숨을 잃었어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밷었다고 한다. 그 환자는 괜찮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끄집어 냈는데, 아내 말로는 너무 울어서 눈물조차 말라버린 아버지 였다고 한다. 상실감과 여러 감정이 너무 벅차 - overwhelmed - 정신까지 왔다갔다 할 정도로 불안정했으며, 자신과 아내가 다시 아이를 가질 것이며, 그 아이는 다시 태어날 아이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신이 그렇게 계획하실 거라고 했다. 또한, 자신은 사건을 일의킨 피고인을 용서했으며, 자신이 살아난 것도 기적이며, 신이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이런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자위하며, 계속 자신을 위로했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사건에 무너져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앗아가거나, 살기로 작정하고 감정을 소용돌이를 아득히 저 먼 수면 밑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는 용서라는 담요로 이 모든 것을 덮는다.


그래서 우리는 한치앞의 상황조차 알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