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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안이 엄마 Feb 02. 2024

북한 핵 발사가 불안한 엄마

나와 남편은 어떤 일에 대해 의견이 다를 때가 많지만 한 가지 쿵짝이 잘 맞는 면이 있다면 생존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남편이 방공호를 지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면 나는 짓는데 얼마냐고 물어볼 것이다. 특히 아기가 생기고 나니 그 수준이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지난해 새벽에 긴급재난문자가 요란하게 울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해야 하는 건지 알아보는 동안 우리는 아기와 관련된 필수품만 집어 들고 몇 분 만에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지나고 나니 주변에서 우리 가족만 난리 쳤다는 데에서 밀려오는 작은 민망함에 어디 가서 새벽의 피난에 대한 얘기를 안 했었다. (그럼에도 아마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 같다.) 


작년부터 다시 또 핵 위협이 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지켜본 북한이 인구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우리나라를 보고 전쟁을 시작하기에 적기처럼 보였다. 뉴스를 보니 북한 전문가들 열의 아홉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전쟁이 나더라도 북한이 위협하는 것과는 다르게 땅이 초토화가 되어버리는 핵은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긴 하지만, 난 늘 그렇듯 한번 그 주제에 꽂히니 아기와 우리 가족의 생존확률이 궁금해졌다. 

검색창을 붙잡고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올해 상반기까지 거주할 어머님 댁은 용산 대통령실과 약 5km, 하반기부터 거주할 새로운 우리 집도 계룡대와 약 10km 거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핵이 발사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와 10km 거리에 사는 것도 충분한 거리는 아니었다. 북한은 아마 전술핵을 사용할 텐데, 그렇다 하더라도 10kt 위력의 핵을 쏜다고 가정했을 때 즉사를 하는 3~5km 반경은 아니어도 낙진(핵 잔여물)이 떨어져서 오염이 되는 30km 반경의 지역에 포함됐다. 핵이 떨어졌을 때 취해야 하는 플랭크 자세 같은 것도 있었는데 어느 반경에 있는 사람한테 해당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내장파열과 안구가 튀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자세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자세가 통하리라고 생각하는 반경에서 아기는 생존확률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도 10km는 희망이 아예 없는 지역은 아니다 보니 낙진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알아보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 경보가 울린 후 5분 안에 지하시설로 대피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고 낙진이 떨어지는 데까지는 10분이라고 하여, 낙관적으로 총 15분이 있다고 봐도 제대로 된 지하시설이 도보로 가기에 아슬아슬했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지하시설은 "대피소"라고 되어 있지만 지하 1층 밖에 안 되는 것을 보았을 때 핵이 왔을 때를 위한 용도도 아닌 것 같았고, 제대로 대피하려면 지하철 밖에 없는데 지하철까지는 거의 15분 거리였다. 차로 가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봤지만 모든 사람들이 차로 쏜살같이 나온다면 분명 사고가 날 것 같았다. 거기다가 아기와 내가 같이 있는 시간대면 내가 아이를 안고 어떻게든 달려볼 텐데 낮에 아이가 시터님이나 어머님과 있고 내가 밖에 있을 경우를 생각하면 딱히 좋은 방법이 안 떠올랐다. 스위스처럼 관광객까지도 수용이 가능한 방공호를 왜 짓지 않는 것이냐, 대한민국... 


검색창을 연 김에 모든 일이 잘 풀려서 핵이 터졌는데 마침 내가 아기와 집에 있었고 낙진이 떨어지기 전까지 지하철에 함께 잘 도피했다는 시나리오에서는 방사능이 다 빠질 때까지 2주를 지하시설 안에서 잘 버텨야 한다고 해서 쿠팡에서 방독면이나 식량을 찾아보고 있는데 뭔가 너무 많은 변수에 예측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 보다가 말았다. 참고로 어린이 방독면은 안 팔고, 어른 방독면은 7~8만 원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정말 북한이 전쟁을 시작하기로 하고 핵을 전쟁 시작부터 공격한다고 하면 이래저래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남편 말로는 우크라이나 때도 민간인 대피명령이 충분히 있고 나서 핵을 쐈다고는 하니 그렇게 되길 바라야 할 것 같다. 가장 염려되는 상황은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것 이상으로 애매하게 몇 년 후에 전쟁이 터져서 아기가 아직 다 크지 않았을 때 소년병으로 징집되는 것인데, 이 이슈로 가게 되면 납치, 교통사고 등 인간의 생존과 관련돼서 걱정할게 너무도 많다. 블로그를 애초에 시작한 것도 내 모든 걱정거리를 글로 정리해서 조금이라도 털기 위함이었으니, 핵은 발사되면 안된다는 결론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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