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년초 부터 지금까지 직접적인 대면 컨설팅과 그 외의 간접적으로 보고 듣게 되는 간접 경험을 통틀어서
스타트업 예비창업자 혹은 창업하여 진행하고 계시는 분들의 가장 주된 고민은
개발자 채용이며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회사의 개발팀 시니어 위치에서 지금까지 면접을 본 개발자가 50명도 넘습니다.
제 직업자체도 개발자이고 이 쪽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개발자 채용과 관련된 일은 익숙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단 하루도 IT 부서에서 근무해 본적이 없는 예비 창업자가
앞으로 같이 일했으면 하는 개발자를 뽑는게 쉬울 수가 있을까요?
아는 개발자 지인이 있다거나 개발자가 희망하는 연봉이나 조건을
다 맞춰줄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이 있는 상태라면 모를까요.
개발자 모집 공고를 여기 저기에 올려봐도 통 연락도 없고 면접을 왔다고 해도 뭔가 시원치 않다는
대표님들의 푸념을 많이 들어 왔습니다.
또는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조차 갈피를 못잡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명쾌한 답은 아닐지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1. 연인에게 프로포즈 하듯이 공을 들이고 마음을 움직여라
최근 몇년전 부터 IT 창업에 다시금 많은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때가 연상되곤 합니다.
그만큼 개발자의 수요도 많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개발자를 구하려는 IT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를 보거나 채용과 관련된 문의를 받다보면
열이면 아홉,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회사의 서비스는 무엇이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원스펙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에만 너무 치우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직원을 위해 해줄수 있는 부분에 대한 내용이 많이 부실하거나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 우리 회사에 입사한다면 당신을 위해 무엇무엇에 힘쓰고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
" 이러저러한 매력적인 구성원들과 환경속에서 함께 소통하며 "
" 궁극적으로 뭐뭐라는 목표달성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
(기승전결)
최소한 이런 스타일의 가이드가 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원자가 실제 이 회사에 다닌다고 상상했을 때, 그곳에서의 생활이 머릿속에 어렴풋이라도
비교적 그려지느냐 아니면 아예 안그려지느냐는 아주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려지는 그림은 지원자로 하여금 설레거나 도전가치가 있다고 느낄수 있어야 합니다.
자, 서로 모르는 남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하고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구직자, 서로 모르는 사이 입니다. 주선자를 통해 최소한의 정보만 알고 있는 것이죠.
매력어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과정에 있어 어떨것 같다라는 기대감이 최소한 들어야 합니다.
추후 프로포즈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는
분명한 내용과 비전을 전달해서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정도면 내 뜻을 어느정도 알겠지", "앞으로 난 충분히 잘 해 줄수 있어 "
이런 식의 자기만 알수 있는 불분명함으로는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그리고 피해야할 것이 하나 생각났는데
제발 좀, 개발자를 너~무 급하게, 너~무 절실하게 뽑는 모습을 좀 안비춰줬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휴, 구인을 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저리 급해보이고, 절실해진 걸까?”
그만큼 못뽑고 있던 기간이 길었거나 무슨이유 에서인지 직원이 나가고 들어오고가 반복됐을테니
뽑히게 되면 할일이 미친듯이 많은거 아냐? 라고 의구심이 드니 지원을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문요약
회사가 직원을 위해 무엇을 해줄수 있는지 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기승전결 가이드를 만들어라. 그리고 절대 급해보이고 절실해 보이지 마라.
2. 우리도 그렇게 커나갈수 있다
축구에는 EPL 이라는 유럽 리그가 있습니다.
야구에는 메이저리그 라는 미국 리그가 있습니다.
스포츠선수들 대부분의 꿈은 이러한 리그에서 운동하는 것이라는걸 잘 아실겁니다.
자국 리그에서 얼마나 많은 경력과 업적을 쌓았다고 해도
이러한 리그에서 뛰려면 신입의 마인드로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고
그 길은 험난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것이 꿈이 되었을까요?
높은 연봉? 아~ 무시 못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의 액수만 가지고 꿈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을땐 이런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훌륭한 환경, 시스템, 장비, 코치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선수들과 어울려 지내며 개별적인 노하우나 장점들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경쟁도 치열할 것이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인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곳에서 잘 살아남는다면 그 자체가 운동선수의 능력과 명예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며
부는 자연스레 뒤따라 올 것입니다.
결국 제 발로 찾아오는 곳 (꿈의무대) 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 다시 회사 얘기로 돌아와서 국내시장의 메이저리그를 한번 봐볼까요?
지금 뭐 쿠팡, 카카오, 네이버, 토스 이런데서 개발자들 좋은 조건으로 엄청 뽑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사실 예전부터 이미 자발적으로 지원도 많이 하고 있죠.
같은 연봉과 비슷한 복지라면 실력자들이 더 많을 것 같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에 사람이 몰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회사가 당장 메이저리그 같은 회사와 비슷한 조건을 내세우고
채용을 하려 한다면 게임이 되겠습니까? 당연히 안되겠죠.
비록 우리회사가 지금은 카카오,네이버 급이 아니라서 그만큼의 대우는 못하겠지만
현재 어떤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 전략들을
올바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성장해 나갈것 인지에 대한
요목조목 설명 가능한 확신이 최.소.한 꼭!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시나 기승전결 스타일이면 더욱 좋음)
한마디로 개발자가 가고싶고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것을 기술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나칠 수 있던 지원자가 다시 한번 뒤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게 보통.. 거의 없어요.
그냥 대표 본인들 마음만 급해요.
아 이거 대박서비스인데, 와 누가 이거 비슷한거 시작하기전에 내가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이야 총알이 부족해서 그런거지 만들어서 잘만되면 뭐 카카오,네이버 보다
월급 2배는 더 줄 수 있는데, 하~ 왜 내 맘을 몰라주지
이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그렇게 해도 왜 나만큼 확신을 못 갖지?
대표가 고안한 서비스 아이디어는 대표만 100% 이해하고 확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구성원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해 나가는 과정이 대표로서 중요한 능력이고
사업진행에 있어 지속적으로 중요한 수행 과제인 것입니다.
3. 직원은 사장처럼 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근접하게 할 순 있다.
회사의 오너나 공동창업자는 회사가 자신의 삶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개인으로서의 삶에서
" 회사는 그저 삶의 일부분일 뿐" 입니다.
굉장한 입장차가 있고 창업자는 이것을 반드시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잘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회사의 오너나 임원, 팀장들이 오로지 회사와 일의 중요성만 강조하고 몰두하고 있는 광경들을
종종 마주 했었습니다.
물론 회사의 일이 잘 돌아가고 매출이 잘 나와야 월급이나 보너스도 잘 나올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뒤짚어 생각하면 회사의 일이 잘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에 몇 안되는 오너,임원,팀장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걸까요?
아니죠.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원들 개개인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일을 하고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직원들이 본인의 능력 최대치를 지속적으로 잘 발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달 전직원 HR 시간을 만들어서 업무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매번 독려하고 강조하면 될까요?
월급을 많이 올려주겠다고 하면 될까요? 높은 보너스를 약속하면 될까요?
유명 기업 못지않은 복지 모델을 가져와서 누리게 하면 될까요?
일단, 중요한 것은 직원의 행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행복?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개인적인 것 아닌가? 그러한 행복을 굳이 회사가 신경써줘야 한다고?
직원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기 위해 일부분 회사가 노력하는 모습을 사실 보여주기만 해도
직원은 적지 않게 감동하게 됩니다.
대다수의 회사가 그러지 못하고 있고 "발상" 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원 조차도 행복이라는 것은 개인과 관련된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회사가 관심을 가져주고 증진이 될 수록 동참하고 있다면
다른 그 무엇보다 훌륭한 동기부여와 애사심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회사마다 그 회사에 잘 맞는 복지시스템, 조직문화, 처해있는 상황이 제각기 다를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행복지수를 높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다른 회사들의 모집공고를 수시로 참고하는 것도 가이드를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 직원들이 있는 경우라면
그러한 가이드를 토대로 현시점에 실행 가능한 복지라던가, 업무를 할 때 필요한 것 들을 추려서
직원들에게 사전 설문을 받아보세요.
그 이유는 그다지 필요 없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사전안내 없이 사측에서만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진행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불편,불만사항을 직원들이 접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두세요.
과거에는 괜찮았던 복지가 현재에는 불편하거나 불합리하게 변질되어 있을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 어떤 가이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내용을 직원이 먼저 자발적으로 의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과 시간투자를 하듯이
직원의 행복지수 케어를 꾸준하고 비중있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나 변화가 엄청 자주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가 중요합니다.
“아~ 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항상 신경을 써주고 있다” 라는
이미지가 직원들에게 각인 되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직원들의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업무성취감이 올라가고
일정 수준 이상의 행복지수가 꾸준히 충족되는 때가 되면
직원들의 수동적인 모습보다 능동적인 모습이 많아지게 됩니다.
결론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글로 조금 풀어 보았습니다.
14년간 회사 개발팀에서 일해보며 많은 희노애락을 경험 했습니다.
내가 지원자라면 어떠한 회사에 들어가고 싶고,
내가 인사권 위치에 있을땐 어떤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지
딱 느낌 알거 같은데, 막상 하나의 컨텐츠로 요약해 보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영에 있어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 사업을 하면 "고객만족"만 생각하지, 막상 그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의 만족은
생각을 잘 못하게 됩니다.
보통, 창업자들을 보면 "아, 이 서비스 만들면 괜찮겠다" 라며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예, 그렇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미처 하지 못했던 "기업경영" 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제 닥칠수도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로 시작했던 어떻든 간에 창업가는 결국 기업을 움직이는 "기업가" 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