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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Aug 31. 2021

하루키 왈 "스가 총리는 시력이 좋은가 봅니다"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스가총리를 야유한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무라카미 라디오'의 지난 8월 29일 방송 주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한 음악이었습니다. 애청자들의 리퀘스트를 받아서 틀어주는 전형적인 디제이방송이었죠. 


하루키 스스로 너무 많은 작품을 써서 어디서 무슨 무슨 음악이 나온 지 이젠 다 기억 못한다고 했는데 그런데 역시 애청자들은 하루키의 대표작에서 중요한 장면에 나온 곡들을 요청했기에 하루키나 방송 듣는 이 모두 '무슨 곡 이더라?' 할 상황은 없었습니다. 


첫 소설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온 California girls가 신청되자 하루키는 당시 자신은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근처 장기회관에서 파는  장기판 모양 도시락이나 까먹던 시절이라 확신이 없던 차에 이 소설이 군조문학상을 받으면서 자신을 갖고 전업 작가가 됐다고 옛 회상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신청자의 사연도 재밌습니다. 바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소설을 읽고 감명받아 하루키가 경영하던 재즈바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는 당시 대학생이었다는 여성. 아르바이트 면접할 때 하루키는 카운터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세요"라고 했다는 기억도 밝히는데...그런데 하루키가 잠시 후 가게를 팔아서 자기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고 하는 결말입니다.

'노르웨이의 숲'에 나온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은 두가지 버전으로 틀어줍니다. 그런데 왜 '노르웨이의 가구'라고 하지 않고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했는지도 설명하죠.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온 'Danny Boy'를 틀어주면서는 이 소설을 발표했을때 평론가들이 '이런 졸작을 내다니 하루키도 이젠 끝이다'라고 평론을 쏟아냈지만 자신은 게의치 않았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어차리 미국에 있으면서 나의 페이스대로 글을 계속 썼다고 말하더군요. 


이런 저런 작품 뒷이야기를 이어가던 하루키는 보통 이 프로그램의 형식대로 마지막에 '오늘의 말'을 펼칩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어조가 좀 세더군요.


이번 '오늘의 말' 주인공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하루키는 말합니다.


"스가상이 저번 올림픽 개회식 직전에 이렇게 말했죠. '코로나의 감염확산은 세계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지만 긴 터널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라구요. 

  스가상은 나이에 비해서 시력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스가상하고 나이가 같지만 출구가 하나도 안 보이는데요. 저 사람은 듣는 귀는 형편없어도 눈만은 좋은가 봅니다.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든지요. 현실은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열심히 오래 살아가고 싶군요. 음악이든 고양이든 차가운 맥주든 검은 커피든 다 활용해서요. 다 힘내봅시다."


뭐 완전한 번역은 아니고 또 제 일어 듣기의 한계가 명확하니까요. 그러나 하루키상도 요즘 일본 돌아가는 꼴이 무척이나 답답했나봅니다. 의외로 현실비판적 멘트를 세게 해온 작가긴 한데 총리의 말을 직접 거론하면서 저렇게 야유하는 건 자주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음 자민당빠들이 있으면 죄다 몰려가서 악플달 것 같은데 아니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윤서인이나 '백신 확보한 일본 풍경' 등의 논조를 유지하는 기자들의 반응이 나올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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