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에 기대하는 일본 그러나 역사전은 별개
<"제2의 군함도가 되어선 안 된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지원하기 위한 일본 자민당의 의원연맹이 어제 당본부에서 설립 총회를 열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와 아소다로 자민당 부총재 등이 고문으로 전면에 나섰고 자민당 내의 모든 파벌의 간부가 임원을 맡는 등 한마디로 초당적 체제로 출범했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의원만 60여 명이었을 정도입니다. 이 연맹의 목표는 한마디로 내년 여름에 유네스코 총회에서 사도광산의 등재를 실현시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질 한국과의 이른바 ‘역사전쟁’에서 정부를 총력으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초당적으로 의원들이 모인 데는 자민당 내 극우적 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서 "사도광산이 '제2의 군함도'가 돼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역시 우익성향을 대표하는 산케이신문의 분석입니다. "제2의 군함도가 돼선 안 된다"이건 무슨 말일까요?
사도광산 [자료사진]
일본,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 [자료사진]
<군함도에 대한 시정결정을 패배로 받아들인 일본>
일본이 지난 2014년 하시마섬 이른바 군함도를 근대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할 당시, 한국은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19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에 알렸지만 등재자체는 막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은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린다는 약속을 했고 이 덕택에 등재가 이뤄졌습니다. 그 이후 상황은 아는 것처럼 일본의 철저한 약속불이행이었습니다.
그래도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에 일본이 이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결정문을 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태에 대해 아쉽지만 결정문이라도 나서 그나마 다행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은 이것조차 자신들의 '패배'로 생각한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 결정문이 나온 직후 '왜 이런 결정문이 나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은 이제까지 유네스코와 잘 협력해왔다, 앞으로도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만 반복합니다. 보다 못해 한 한국특파원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앞에 '이미 말했지 않냐, 잘 들어라'고 거북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28일) 총회에서도 참석한 의원들은 군함도의 예를 들면서 "한국을 웃도는 홍보를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확실하게 전문가와 민간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한국 유튜브에도 오른 '욱일기 홍보영상'처럼 일본의 홍보전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은 지고 있다고 여기고 상당히 진지하게 대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한국과의 안보협력과 '역사전쟁'은 별개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윤석열 당선인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발언에 대해서도 어찌 보면 이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 직후, 그리고 어제 일본대사와의 면담 직후 일본방송들이 뽑은 제목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습니다.
닛테레 (3월28일) "윤 당선인, 한일관계 조기에 개선돼야", 아사히티비(3월 28일) "한일관계개선에의 의욕, 윤 당선인이 일본대사와 면담" 등입니다. 경제와 안보문제 협력, 그리고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자는 윤 당선인의 입장에 기대는 확실히 보인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시각도 크게 자리합니다. 윤 당선인에 대해 경제와 안보에 대한 협력은 기대하면서도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윤 당선인과는 반대로 나눠서 보겠다는 겁니다. 자민당 내에선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관련해서도 '앞으로도 한국과의 방위협력과 역사전쟁은 별개다'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산케이신문은 분석했습니다.
결국 새 정부 출범이후 한일관계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일본 안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역사전쟁에겐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홍보부터 총력전을 하자'는 게 일본 정치인들의 말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