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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샘 May 05. 2021

교실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

그냥 하기로 했다

#교실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10월

'그냥 하기로 했다.'

학기초에 언급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그래서 다수 학생들이 반발하는 리셋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칭찬점수 모으는 것을 중단할 수도 없었다

이미 학급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칭찬점수는 이러한 경우에 부여하였다

먼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발표였다.

발표는 하루에 한번만 주었다. 여러번 해도 하루에 1개


그리고 식사. 우리 학급에서는 완밥이라고 부른다.

점심식사를 깨끗이 한 경우인데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90년대처럼 밥알 한톨까지 남기지 않는 것을 검사하는 것은 양심적으로 곤란했다.

그래서 쌀밥은 다 먹기, 국은 건더기만, 단백질 반찬은 성장을 위해 안남기면 좋겠다고 했고

기타 반찬도 가급적 다 먹되 정말 취향에 안맞는 반찬도 살짝 맛보기를 권장했다.

그렇게 해서 으쓱 1개 


이 두 가지는 매일 받을 수 있는 항목이었고

협력에도 점수를 부여했다. 우리반에서는 팀워크 점수라고 불렀다.

가령 모둠활동은 퍼포먼스에 관계없이 완료하면 모둠 전체에 점수를 주었다. 

이것은 개인 점수와 모둠 점수를 결합한 방식인데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시절 가장 흥미로웠던 방식에서 따왔다. 

그리고 나머지는 정말 칭찬할 만한 것들에 포인트를 부여했다.

숙제를 열심히 한 경우, 학급 놀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단원평가 결과에서 좋은 성과를 내었을 때, 봉사활동을 했을 때 등 


반대로는 모둠활동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팀워크 점수를 깎았고 전담선생님 시간에 리포트된 문제행동, 비속어 사용 등에 머쓱 점수를 주었지만 전체 10% 이내의 비중을 할애하여 잘 주지 않았다. 

그리고 부여기준을 검토했을 때 불합리한 점은 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고 해당 학생과는 상담을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반에서 가장 발표를 많이 한 학생이 발표점수로만 60점을 얻었는데

해당 학생은 발표를 전혀 하지 않아서 거기서만 60점 차이가 났다. 

그런 이유로 생긴 불만으로 인해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무리라고 느꼈고

이 점을 차근차근 설명하니 납득하는 모양이었다.


칭찬점수가 다른걸로 교환되는 일은 없을거라고 확실히 약속했고

선생님도 점수 리셋을 하고자 학급회의에 제안했지만

친구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걸 함부로 다룰수는 없다고 하니 수긍하고 넘어갔다.  

그해는 그렇게 소사로 끝났지만 다음 해(2018)를 위해 제도를 정비해야 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모둠별 점수제를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개인이 좋은 발표를 해도 모둠 점수로 반영되어 올라가서 수업이 끝날 즘 그날 1등 한 모둠은 사탕을 받았다.

당시에 6일 등교를 하니까 못해도 일주일에 1~2번은 사탕을 받을 수 있었고 나의 기여도가 높으니까 만족스럽고 학교생활이 행복했다.


학교에서 계속 이런 방법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고학년이 되면서 보상제도는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기간제를 하면서 그 방법을 썼었는데

학생들이 모둠점수에 연연하는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불편한 점이 있었다

가령, 아침에 창문을 열면 모둠점수 준다고 하니까 학생들이 너무 일찍 등교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기여도가 낮은 학생들이 무임승차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개인점수와 모둠점수를 결합하는 방식을 생각해 냈고

교사모임에서 함께 활동하는 선배 선생님의 조언을 들어 사탕을 주는 등의 보상은 없애고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선에서 끝냈다. 


"교육의 목표는 내면의 변화이기 때문에 행동주의적인 외적보상제도는 옳지 않다"


선배 선생님의 신념을 받아들였다. 

2018년에는 우선 발표점수를 없애기로 했다.

발표 점수를 부여해도 교환가치가 없는 발표 점수는 넛지(Nudge)가 되지 않아

발표를 안할 학생은 어차피 안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충분한 외적 보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드러지는 발표만 칭찬점수를 주는 것으로 수정했다.

그렇게 하니까 발표횟수에 따른 빈부격차가 줄었고 Class 123을 이용한 칭찬점수 제도 자체에 기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때 맡았던 학생들이 워낙 괜찮았고 나도 학급경영을 1순위에 놓고 열심히 했기 때문이지만

그 해가 끝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학생들에게 뭐라고 해본 기억이 잘 없을 정도로 대단한 1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Class123 칭찬점수제도가 전적으로 학급운영을 이끌었다는 뜻은 아니고

적어도 칭찬점수제도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그냥 하기로 했다, 끝)

ⓒ 게임이론, Shaw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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