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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Jun 28. 2024

팔을 다치고

날마다 생각



57년 인생에 난생처음으로  표 나게 다쳤다.

누가 봐도 눈에 확 띄게 허연 붕대를 둘둘 감고.


마당에서 화분을 다듬고는 뒤로 물러나 본다는 것이

발을 잘 못 디뎌 넘어지면서 손목을 심하게 부딪힌 것이다.

손목은 순식간에 부어오르고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으니

뼈에 금이 갔다.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쾌유만 바랄 뿐 다친 손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핸드폰 갖다 대면 생체 터치 정도.


내 오른손은 원래 왼손보다 힘이 약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오른손으로 뭐든 다 해야 한다. 

물건의 조작, 머리 감기, 옷 벗고 입기, 양말 신기, 물건 들기 등등. 

얼마 전에도 무리를 했는지 반깁스를 해야 했던 오른손이. 이제 거의 나았는데.


한 손으로만 하려니 모든 게 쉽지 않다.

돌려서 여는 용기의 뚜껑을 여는 일은 특히 곤란하다. 

두 발로 용기를 잡아주고 엎드려서  오른손으로 뚜껑을 돌려야 한다.

민박을 하고 있어서 이불 빨래를 많이 하는데 세탁기에 엉켜 있는 

이불 빨래를 꺼내는 것도 더 힘이 든다.


오른손만 반복해서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오른손에서 손목을 지나 팔까지 이어진 근육인지 인대인지 어딘가 무리가 오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 오른손까지 못 쓰게 될까 슬슬 두려움이 생긴다.


힘들다 싶으면 자기를 부르라고 남편은 말했다.

밥도 하고, 반찬도 하고, 빨래도 하고, 무거운 물건 들기도 물론 남편 차지. 

내가 불편하지 않게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가 너무 무리하지 않을까 걱정되다가도 

가만히 앉아서 해주는 밥 먹고, 내 몫이었던  일까지 남편이 해주는 게

좀 즐겁기도 하다. 어린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공주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남편은

"거기에 가만히 앉아서 노래 불러라." 한다.

나는 입만 성한 사람인 듯 노래를 부른다. 이러다 노래 실력 늘겠다.

이런 짝꿍이 있어서 감사하다.


두 손이 늘 무의식적으로 함께 일하다가 한 손에 탈이 나 보니 

두 손의 소중함을 깊이 알겠다.

백지장도 맞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인지

새삼 알겠다.


부부가 서로 보완해 가며 협력해서 산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구나.

그래서 사람은 서로 사이좋게 살 일인가 보다.



#오른손#왼손


#사이좋게#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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