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ream Jul 05. 2024

지구별에 온 지 오십칠 년째

날마다 생각

 지구별에 온 지 오십칠 년째.

남은 시간은 삼사십 년 정도 될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어릴 때 생생하던 몸은 어디로 가고 배는 울룩불룩, 여기저기 근육들은 뻣뻣하다.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지.

스스로의 힘으로 편안하게 움직이며 떠나는 날까지 잘 지낼 수 있을지. 

    

다들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 날마다 정신없이 오가며 돈을 쌓는다.

나는 무슨 배짱으로 돈과 아무 상관없는 글을 쓰고, 글쓰기 공부를 하고, 읽을 책을 쌓아두는가. 정원을 가꾸고 몇 날 며칠을 들여 나무 접시를 깎는가. 

현재의 만족, 현재의 감각에 충실하는 시간을 쌓고 있다.     

문득 엄마가 생각난다.

젊으실 때 노는 게 뭔지 모를 정도로 적은 월급이지만 꼬박꼬박 일해서 모은 돈과 일찍 철도원으로 일하다가 돌아가신 아빠가 보내주시는 연금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생활하신다. 84세, 몸은 여기저기 불편하시다. 약간 치매도 시작되었다.  소파에 앉아서 지구 곳곳의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행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 별로 가보지 못한 여행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삶이 두렵다.    

 

혼자 자고 난 새벽, 막막히 나를 끌어내리는 이런저런 상념들을 그만 걷어내고 싶다.

사실은 누군가 전지전능한 이의 품 안에서 보살핌을 받고 싶다. 

늙어도 아파도

 ‘괜찮다, 내가 있잖아.’

쓰다듬어 낫게 해 줄 한없이 다정한 손길을 갈구한다,  신을.     

새벽은 잔인했다.

혼자 잠든 방이 허전해서인지

짧은 잠에서 깼다.

막막한 우주에 의지할 데 없이

홀로 존재했다.    

 

이제 희뿌옇게 아침이 밝사오니

휴! 긴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갑자기 전깃불을 환히 켜기라도 한 듯

머릿속에 생기가 돈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보자.’   

  

잠들 때 네가 내 곁에 있어야겠어.

막막한 우주에 나 혼자 떠돌지 않게 해 줘.

이제 따로 자러 가지 마

따뜻한 너의 어깨에 기대어

평온한 밤 쉴 수 있게 해 줘.

내 차가운 손과 발 비벼줘.

나도 너를 꼭 안아줄게.          

작가의 이전글 팔을 다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