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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비 Aug 04. 2020

'이제 집에 가자' 죽으러 간 프랑스에서 귀가하다

삶을 내려놓았던 서른 살 여자, 진짜 죽을 뻔한 프랑스 여행기 5


(출국일 D-3)



“팀장님, 저 모레 해외 가는 티켓을 끊어서요.

휴가 품의 올렸습니다.”




팀장에게 장기 휴가 품의를 올렸다고 말했다. 내일모레 해외 출국이라 이후에는 연락이 안 될 거라고 얘기했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꽤 큰 이슈를 담당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생산 라인에서 불량이 계속 생기는데 원인은 모르고, 제품 출하에 유출 계속되는 상황. 고객사의 고객사 라인에서도 자사 제품의 불량으로 최종 소비자 불만까지 나오고 있었다.

아니 더 쉽게 치부를 드러내며 이야기하자면, 자사 제품의 문제로 핸드폰의 화면이 하얀 것이 아니라 노랗게 나와 소비자도 알아버린 것이다. 불량을 일으킨 우리 제품의 개당 단가는 10원이 채 되지 않는데, 100만 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을 1:1로 물어줘야 했다.



“그러면은...”

“고객사 하고 커뮤니케이션하던 단톡 방에는, 파트리더이신 부장님은 들어가 계시니까,

방에 팀장님 다 초대해드릴게요.”

“.....”



사실 제품가를 보상해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B2B 기업에서 불량 이슈가 발생하면 실무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고객사의 무차별 쪼임 폭격이다. 불량을 유출한 공급처(vendor)는 "이렇게 불량을 내고 관리도 안 되는 (주제에 제품을 팔고 있는) 회사냐" 하는 쪽팔림을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

나는 같은 지주회사 아래 계열사 고객사 담당자에게 새벽 3시에 전화를 받아 '죄송합니다’백 번 말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고객사가 있는 단톡 방이란 즉, 무차별 쪼임이 난무하는 곳에서 혼자 폭격을 맞아내야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이슈가 터진 지 3개월이 넘어가, 나는 한 계절이 넘도록 새벽에도 터지는 폭언 미사일들을 24시간 내내 혼자 견뎠다.  



팀장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필요하겠지.

휴가를 통보한 지 하루를 주고, 출국 전날 관련한 모든 톡방에 팀장을 초대했다.




“제가 내일부터 휴가서요, 저희 팀장님이 사안 관련해 F/U (follow up: 사안을 대응하다)하실 겁니다.”



나 혼자 느끼는 사이다. 혼자 쥐고 있던 시한폭탄을 팀장에게 건 기분이었다.


이렇게 큰 이슈의 고객 대응을 고작 대리 1년 차인 나 혼자 다 맡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과연 팀장은 그동안 내가 보고 할 때마다 내 말을 귀 잔등으로 듣긴 들었을까?
앓던 이 뽑은 것 마냥 후련했다.



시간 동안 팀장을 비롯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게 미쳤나, 하고 어이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나는 인간 취급도 못 받았던 만큼 나 따위의 휴가에 아무 관심들이 없는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아무런 답이 없어서 나는 좋았다.



[김까비 님이 ***방에서 나갔습니다]





나는 이제 진짜, 이곳을 떠난다








[살짝 철 지난 프랑스 여행 꿀팁]

1. 저는 신한은행이 주거래 은행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주거래 은행이 환전 시에 고객에 환전수수료 할인을 합니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신한 쏠 어플 (과거의 신한 써니뱅크)를 이용하면 100만 원 한도 내에서 90% 가까이 수수료를 할인해줬습니다. 출국일 전일까지 금액을 송금하면 환전된 금액을 인천공항, 김포공항 그리고 김해공항에서 ATM이나 창구를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하나은행은 하나머니 어플을 이용하면 내가 정한 시기 내에 가장 환율이 낮을 때 환전해주는 서비스를 합니다.

프랑스 여행 당시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환전하는 경우와 신한 쏠을 이용해 환전하는 경우, 100만 원 기준으로 약 8만 원에 해당하는 유로화가 차이가 났습니다. 당연히 신한 쏠이 더 많았구요. 8만 원이면 식비가 비싼 프랑스에서 혼자 거창한 식사를 3번 정도 할 수 있습니다.


2. 저처럼 ‘이래 살아도, 저래 살아도 그만’하는 심정으로 가시는 게 아니라, 무척 설레는 여행을 가신다면 꼭 인터넷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주문하시길 바랍니다. 여행 한 달 전부터 매일 같이 면세점 어플에 들어가 적립금을 받고, 출석체크를 하고, 매일 하는 다트게임도 다 해서 쿠폰과 적립금을 몽땅 챙겨놓으시길 추천합니다. 요즘은 매일 하는 다트게임은 많이 없어진 추세이지만, 최대 30% 이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과 적립금은 여전히 지원됩니다. 이후 저는 스페인 여행을 갈 때 한국 정가 6만 5천 원의 헤라 ‘셀 에센스 (150ml)’ 제품을 인터넷 면세로 3만 2천 원에 두 병을 구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신세계 면세점. 롯데 면세는 할인 혜택이 많긴 하지만 인천 공항에서 중국 관광객으로 붐벼서 대기하는 줄이 깁니다. 신라 면세도 인기는 덜 하지만 가격은 비슷한 편이구요. 상대적으로 신세계 면세가 후발주자라 그런지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화장품은 끼워주는 샘플이 많은 편입니다. 이용객이 적어 대기 줄은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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