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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가은리 Feb 05. 2022

00 없으면 게임 중독되기 쉽다  

주말에만 삽니다 Episode 2

2360점까지 오르게 한 게임

최근에 꽂힌 게임이 있다. 테트리스와 스도쿠가 섞인 건데 블록 모양을 맞춰 3x3 사이즈의 네모 칸을 채우거나 가로, 세로줄을 채우면 사라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점수를 얻게 된다. 한마디로 내가 블록을 많이 맞출수록 점수가 갱신되는 끝이 없는 게임이다. 심심한데 잠깐만 해봐야지 했던 게임이 벌써 2360점까지 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어릴 땐 크레이지 아케이드, 퍼피레드, 큐플레이 같은 게임에 빠졌다. 기록을 깨서 올라가고 원하는 게 있으면 이루는 게 재밌어서 계속했다. 그러다 점점 현실로 나와 여느 중고생처럼 아이돌이 좋고 입시가 코앞으로 오니 게임은 관심 밖이었다. 성인이 되고 현실이 아닌 세계는 시간낭비일 뿐이었다.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애니팡도 금방 시들해졌다. 그 이후로도 몇몇 휴대폰 게임을 해보긴 했지만 '이런 거구나'정도를 알게 되면 흥미를 잃어 삭제하기 일쑤였다.


일주일 전쯤이었을까 그날도 한 앱에서 옷이 엉망이 돼 데이트를 망친 캐릭터 광고를 봤다. 퍼즐 게임으로 돈을 벌어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예쁘게 꾸며 데이트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시작했다. 어차피 오래 하지 않을 테고 딱 그 정도만 보면 멈춰야지 싶었다. 요즘 게임엔 스토리텔링이 결합되어 더 몰입되도록 만드는데 캐릭터가 바람피운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한 후 다른 남자를 만나고 전 남자 친구에게까지 연락이 오는 한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니 다음 내용이 궁금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바뀌는 게 아닌가. 다른 캐릭터로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면서 이어지지 않는 흐름에 과감히 스톱할 수 있었다.


그러다 그 게임을 할 때마다 광고로 나왔던 블록 게임이 생각났다. 이거나 한번 해볼까 싶어 다운받았고 '간단한 거니 한 10분만 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역시나 무의미한 반복적인 사각형 맞추기에 지루해졌고 게임 사이사이 계속 뜨는 광고의 기다림에 지쳐 게임을 꺼버렸다. 그리고 앱에 다시 들어간 순간 깨달았다. 내가 방금 광고 없애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것을.


광고가 나올 때 앱을 껐다 다시 켜면 이어서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즉, 광고를 기다리지 않고 게임을 바로바로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걸 알게 되고 급속도로 게임에 빠지기 시작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기록에 도전하면 되니까 흐름을 깨는 방해 요소가 없었다. 결국 이 게임은 이번 주 주말을 삼켜버렸다.


게임에 광고가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광고 없는 게임이었다면 이 게임처럼 금방 다 중독됐을 것 같다.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져 정신차리고 멈출 수 있었던 첫 게임처럼, 광고가 나오면 흐름이 끊기니까 중독을 막아주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했던 게임들도 이런 텀이 없었는데 그래서 쉽게 빠졌던 게 아닐지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이 글에도 광고는 없습니다)


2022년 1월 넷째 주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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