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시가은리 Feb 06. 2022

끝까지 다 본 유튜브가 생겼다

주말에만 삽니다 Episode 4

 요즘 영상을 끝까지 보는 경우가 드물다. 스토리가 있는 영화, 드라마면 모를까 일반 예능, 유튜브에서 10분은 길다. 유튜브에서 영상 끝까지 본 게 뭐였는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 나도 모르게 끝까지 본 영상이 있다. 심지어 전 회차를 다 봤다.



미노이의 요리조리

 그동안 요리와 토크가 결합된 예능은 많았다. 한때 먹방, 쿡방이 유행하면서 <냉장고를 부탁해>, <골목식당>, <한끼줍쇼>, <집밥 백선생> 등. 그리고 지금도 요리하고 토크하는 방송들은 종종 보인다. <미노이의 요리조리> 역시 게스트가 나오고 요리하며 토크하지만 차이가 있다. ​

보고 나면 남는 정보가 없다는 것 ​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이 방송은 보고 나면 무슨 요리였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웃겨서 보다 보면 어느새 다음 코너로 넘어가 있다. 왜 그럴까? ​


1. 귀여운 사람이 화낼 때, 반전 매력의 미노이

귀여움의 결정체라 화내도 타격감 제로인 캐릭터. 미노이다. 귀여움과 센 캐라는 상충되는 매력이 만나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진짜 센캐인 언니가 나왔으면 게스트들은 겁먹어서 긴장하겠지만, 귀여운 캐릭터가 화 내니 조카 같고 동생 같아서 웃고 넘어가게 된다.


여기에 끼와 센스까지 겸비했으니 대본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 해도 본인 것처럼 소화해 ​어디까지가 대본이고 본인 멘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물론 대본을 암기할 순 없으니 프롬프터를 보고 하는 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그 중간의 독특한 말투가 탄생했다. 처음 본 사람은 그 말투에 “미노이 뭐 하는 사람이지? 왜 저러짘ㅋㅋ” 하며 실소하다 빠져든다. ​


2.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대화

대본이랑 섞인 건지 원래 의식의 흐름인지 대화 주제가 이리저리 훅훅 바뀐다. 그래서 “응? 당근 얘기하다 손톱 이야기로 넘어간다고?”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보통 근황 얘기하고 그 인물 관련 에피소드나 미리 짜여진 질문지 답변들 하겠지~ 하고 예상되는 루트가 있는데 여기선 모르겠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고 딴생각할 겨를 없이 현재에 몰입하게 된다.

3. 게스트의 이미지가 남는다

 미노이의 신선한 매력으로 입덕 했다면 어느새 게스트가 보인다. 그리고 아무 정보도 남는 건 없지만 보고 나면 게스트에 대한 이미지가 남는다. ​


예를 들어 코드 쿤스트는 이미 여러 예능에서 집사, 소식좌, 잘 웃는 캐릭터 등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다. 요리조리는 짧은 시간인 만큼 ‘웃음 바보’라는 키워드 하나를 확실히 각인시켜줬다.

쿠기는 예능애서 볼 수 없던 인물이다. 시청자에게 낯선 인물이라 자칫하면 평범한 인물로 남을 수 있었는데 ‘잘 웃는, 적극적인 순정남, 예능 초보’ 같은 키워드로 귀여운 호감형 이미지가 생겼다.

요리조리 : 코드 쿤스트 편

요리조리 : 쿠기 편


이렇게 게스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시끄러운 회차였는지, 달달한 회차였는지, 미노이가 찐조카같은 회차였는지 게스트의 이미지에 따라 회차가 기억된다.


4. 누군가의 웃음소리

영상을 보다 보면 스태프 웃음소리가 들린다. 마치 나랑 같이 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이 보는 느낌. 누가 웃으면 웃게 된다고 웃음소리 때문에 더 웃게 된다. 이 방송의 킬포. ​


정보보다 이런 순도 백프로의 웃음을 주는 방송은 오랜만이다. 나이 들수록 웃을 때가 예능 볼 때뿐이라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예능을 만들고 싶어 했는데 간만에 다시 떠오르면서 자극받게 됐다.


2022년 2월 첫째 주 주말.

매거진의 이전글 11년 만에 집에서 보내는 설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