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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마 Nov 19. 2024

무슨 일 하세요?

글 써서 돈 벌어요.



“무슨 일 하세요?”

“글 써서 돈 벌어요.”

“아 작가님이시구나.”

“네. 뭐 그럴 수도 있어요.”

“어떤 걸 쓰세요? 소설? 시?”

“네. 뭐 이것저것 다 써요.”


예전엔 누가 무슨 일 하는가 물을 때면 글을 쓴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었다.

내가 쓰는 글들을 아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쑥스러웠다. 발가벗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아직도 누군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낯간지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로 승인이 난 이후에 글을 적을 때 자꾸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일기장에 적던 이야기들을 조금 더 잘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약속이 있어서 복잡한 거리를 다녀오는 길에 마주한 조용한 공간.

한참 걸으면서 꽤 낯선 생각들이 밀려왔다. 


"요즘따라 작가 소리가 참 좋다."


나는 원래 쓰는 걸 좋아했다. 처음 내가 무언갈 쓰는 게 좋다는 걸 알았을 때는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누구나 다 쓰는 일기를 나는 그때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썼었다.

그 일기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꽤 공들여 글을 완성하고 내가 몇 번씩 읽어보곤 했었다. 


사실은 이후에 그때 썼던 글들은 내 글생활의 모든 재료들이 되어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주게 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노트북도 컴퓨터도 핸드폰도 없던 그때, 일기장에 손수 펜으로 적던 글귀들은 정렬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들이 많다. 

때론 보물 찾기를 하는 것처럼 내가 썼던 글귀들을 찾으며 재미있어하기도 했다. 


직장을 다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내 머릿속에 돌고 돌던 이야기들을 소설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소설이 한참 유행을 했고 외계어가 남발하던 그 시기가 지나 로맨스소설 연재를 많이 하던 때였다. 

내가 쓰며 즐거웠던 글들을 쓰면서 행복했고 댓글이 달리고 독자들과 함께 글을 만들어가는 재미에 밤새 글을 쓰면서도 매일이 즐거웠다. 




<작가님. ** 출판사입니다.>

그렇게 연재를 하던 중에 도착한 사이트 내 쪽지하나.

그땐 출판사에서 사이트 내 쪽지로 컨택하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는 네이버 웹소설도, 카카오 웹소설도, 스마트폰이란 게 없던 시대다. 

나는 전자책 세대가 아닌 대여점에서 로맨스소설 신간이 나오길 기다리다 오픈런을 뛰던 그런 세대다.


신간이 나오는 날이면 정말 대여점으로 밤이고 아침이고 쫓아가던 그때의 나였는데, 내게 그 대여점에 꽂을 수 있는 로맨스소설책을 낼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어안이 벙벙.


"네? 저요? 절 왜요?"


내가 출판사에 처음 물었던 말이 그랬던 것 같다. 

꽤 인기 있고 유명한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왔고 내가 쓴 주인공들을 예뻐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하늘을 붕붕 떠다니던 때,

나는 그렇게 그 출판사에서 두 권의 책을 내며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나는 좋은 출판사와 계속 연락을 이어가며 종이책을 내게 됐다. 물론 럭키비키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 않을까? 


글 써서 돈 버는 얘기..

다음으로 쭉 이어갈게요. 


위 사진은 이젠 없어진 책대여점 대신, 알라딘 중고책방 로맨스소설 칸 사진이에요. 

이곳을 서성서성이면 가끔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비밀이지만 저 사이에 제 책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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