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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땐, 마음에도 비상구가 필요하다

마음이 복잡할 땐 뜨개질

by 율마

뜨개인의 하루, 그리고 마음의 실타래

글을 참 오랜만에 쓰는 기분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던 날,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 순간이 문득 떠오른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어느새 글쓰기는 내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나는 매일 기록한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여행의 풍경을,
티스토리에는 애드센스를 위한 생활 글을,
그리고 이제는 워드프레스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써왔다.
그리고 머릿속이 복잡할 땐, 나는 조용히 실을 감는다.


하루를 쪼개며 살아온 시간들

예전에도 나는 참 바쁘게 살았다.
“나 시간이 없어.”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어느새 내 신경질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병을 앓고 난 뒤, 나는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젠 짜증 대신 평화를, 불안 대신 멈춤을 택한다는 것.


내 몸이 먼저 알려주는 신호들

암 치료를 받으며, 수많은 약을 먹고 몸의 상태를 하루하루 기록하며 지내던 그 시절.
나는 처음으로 ‘스트레스’라는 감정을 신체적으로 감지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어느 날부터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 몸 어딘가에서 호르몬이 뿜어져 나오고 있구나—하는 그 낯선 감각.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스스로를 일단 생각을 끊고, 하던 일을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실을 감기 시작한다.


나에게 뜨개질은 ‘비상구’였다

세상과 부딪히는 모든 장면에서 나를 탈출시켜 주는 출구.
그게 바로 뜨개질이었다.

한코, 두코, 세코… 숫자를 세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이 텅 비워진다.
지긋지긋했던 잡생각도 사라지고, 오직 바늘과 실, 그리고 ‘지금’만이 남는다.

살다 보면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많다.
하지만 그건 도망이 아니라, 잠시 나를 위한 ‘숨 고르기’면 된다고
나는 내게 말해준다.


비상구는 변해도 괜찮아

아이들이 어릴 때, 내 비상구는 단 하나였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조용한 카페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있는 것.

그 한 시간이 내 삶의 균형을 지켜주었다.

이제는 뜨개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어깨가 아파 더 이상 실을 감지 못하는 날이 오면, 또 다른 비상구를 찾게 되겠지.


비상구는 변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문을 알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언제든 나를 위해 그 문을 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네트백2-Cover.jpg 유튜브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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