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제 요리를 하지 않는다

b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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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혼자 밥을 먹는 일에 익숙했던 나는 대학교 자취생활을 할 때도 장을 봐서 된장찌개를 끓여 먹을 만큼 요리에 진심이었다. 결혼 후 꾸준히 김장을 하고 있을 만큼 나이 또래에 비해서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반면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본인이 먹을 밥 외에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내가 결혼할 때쯤 명절날 가족이 다 모여 식사를 하던 어느 날 형부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제 새 사위도 들어왔으니 매년 명절에는 어머니가 간단히 밥과 국만 하시면 나머지는 사 오던지 해서 집에서 식사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단칼에 거절을 했다.


형부는 물론이고 내 남편도 결혼을 해서 특별히 장모님의 요리를 먹은 일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평생 일을 해오신 엄마는 나와 아빠의 식사는 차리셨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서부터는 요리를 점점 하지 않게 되셨다. 엄마는 요리 실력이 좋으신 편은 아니셨지만 저녁때가 되면 늘 저녁을 함께 준비했었다. 작은 심부름부터 마늘을 다지는 일 등을 거들었는데 그때마다 간을 보면서 나는 요리하는 재미를 들였던 것 같다.


그랬던 엄마는 이제 요리가 하기 싫다고 하셨다. 본인을 위한 음식은 물론이고 자식들을 위한 요리도 하기 싫어하셨다. 주변에서 친정엄마가 해준 반찬들을 자랑할 때면 부러웠다. 나는 결혼 후 엄마한테 반찬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런 부분을 남편은 서운해했다. 내가 아플 때나 힘들었을 때도 엄마는 죽을 사 오시는 분이었으니 말이다. 남녀가 바뀐 듯한 우리 집안이었지만, 항상 우리는 아빠의 선택에 움직였다.

엄마는 돈은 벌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아빠를 존중할 수 있게 자녀들에게 교육시키셨기 때문에 우리는 아버지가 오실 때면 잠을 자서도 안되고 늘 문 앞에 나가서 '다녀오셨어요'를 해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식사를 할 때면 당연히 누워있어선 안 됐다.


집안청소를 도맡아 하고 자녀에게 생선가시를 발라줄 만큼 가정적인 아버지였지만, 허리수술을 하시고 난 후에는 집에서 쉬시는 날이 많아져 엄마가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다. 장군 같은 엄마와 감수성 풍부한 아버지셨다. 부부란 닮은 사람보다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우라고 완벽히 반대인 사람을 선택하나 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엄마는 요리를 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엄마가 했던 요리들은 내가 좋아하는 요리가 아닌 모두 아버지 위주의 요리였다. 엄마는 본인을 위한 요리보다는 아버지를 위한 요리를 평생 해오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요리할 이유가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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