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아이가 없이 살던 우리 부부였기에
강아지 입양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애견샵에 들렀다 발길을 돌린 적도 있을 만큼
입양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용기를 준 것은
동네 콩나물집에서 살고 있는 '말순이'라는 고양이를
5년 전 만나고부터였다.
밤산책 중에 만난 삼색이에 암컷인 말순이는 동네사람들에게
손길을 타는 아이였고 아주 영특한 아이였다.
발톱도 내는 일이 없고 하악질도 하지 않는
순한 말순이에 빠진 우리 둘은 산책길
말순이를 만나러 가는 날이 즐거웠다.
그렇게 말순이를 오랫동안 보면서
고양이에 대한 호감이 생겼고,
마침 신랑 친구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보고 돌아온 어느 날
나는 뭔가에 홀린 듯 모카페에 박스에 버려진
아이고양이가 있다는 글을 보고 자려는
남편을 깨워 아이를 데리러 갔다.
사실 고양이파 vs 강아지파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강아지 파라고 외쳤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고양이 집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작은 사진 한 장으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용기를 내어 차를 타고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곳에 갔다.
작디작은 솜뭉치 같던 가을이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