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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Mar 29. 2024

극성맞은 엄마가 됐다.

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늦둥이 막내딸인 나는 꽤 곱게 큰 편이다.

본인들은 힘든 노동을 하시면서도 대학 때까지

아르바이트 한번 시키지 않은 부모님의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남다른 집착을 가진 엄마를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아이를 안 키울 거야'라며

다짐 또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웬걸, 그렇게 싫어하는 모습을

이상하게도 묘하게 닮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이다.

집착이 심한 엄마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언니도

그 엄마 못지않게 조카들에게 집착을 하며

'나는 엄마랑은 달라'라고 하는 걸 보면서

'나는 진짜 안 저래야지~'했는데..

가을이를 키우고부터 달라졌다.


국내 대표 고양이 집사들의 카페에 가입해

매일같이 사료는 어떤 걸 좋고,

간식 주기는 어떻게 해야 하며,

놀이시간은 얼마씩 가져야 한다 등

시시콜콜한 것을 알아보는 열정적인 초보집사가 되었다.

남편 친구도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웠지만,

카페나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며

조언을 했었다.


"만약 나는 아이를 키운다면

주변 학부모에게 휩쓸려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라며

다짐했는데 막상 가을이가 생기고 나니까

"너무 저렴한 사료는 성분이 안 좋다고 했지."

"간식은 너무 많이 주면 건강에 안 좋아."

"놀이 시간은 매일 15분씩 3번"

"캣타워, 캣휠, 숨숨집 등 뭘 더 사줄까" 등

머릿속이 온통 가을이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아이가 없어해주지 못했던 한이라도 풀듯이

나는 그렇게 한동안 소비요정이 되어

매일 같이 고양이에 대해 검색하고 찾아봤다.


"너무 버릇을 그렇게 들이면 안 돼"라는

남편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꽤 극성맞은 엄마가 되었다.


가끔 사람이 아닌 고양이에게 사랑을

퍼주는 내 모습을 돌아가신 아빠가 보신다면,

아마 한숨을 쉬시며 지 x이라고 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인

엄마가 있어 든든하다.

작은 가을이로 인해 위로받는

나의 심정을 100% 이해해 주는

엄마는 '네가 덜 심심하고 덜 외롭겠다'며

처음부터 좋아해 주셨다.


엄마는 가을이를 데려왔을 때부터

동물에게 정을 줬다가 나중에 이별하게 되면

더 상처받을 딸에 대한 걱정뿐이셨다.

그러면서도 명절에는 가을이 간식 사 먹으라며

용돈까지 내어주시는 분이다.


본인을 닮아 난임이 된

나를 가장 애처로워하면서도 아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노인복지에 대한

칭찬으로 늘 마무리하신다.


벌써 이별을 생각하면 눈물 맺히는 막내딸을 걱정하며

팔순노모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네 곁에 있어줘야 한다며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못 말리는 극성맞은 엄마지만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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