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양 May 05. 2024

"안돼"가 너무 많은 엄마

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결혼은 제때 했으나, 아이를 낳지 못한 나는 남들과는 다른 노선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 고양이 육아를 할지는 생각도 못했기에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1도 없었다. 하나하나 뭘 먹여야 하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글로 배워갔다.


인터넷이 발전한 시대는 위대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들에 어느 노선을 타야 할지 중심을 잡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저렴한 국산 사료는 걸러야 한다.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거면 된다. 부모들의 경쟁처럼 고양이 집사들의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길고양이지만, 그래도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나는 꽤 비싸다는 사료를 골라 먹였다.

물론 의도치 않게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 제일 잘 먹는 게 비싼 사료였다. 흙먼지가 날리는 모래는 눈에 끼면 눈병이 잘 생긴다고 했다. 여러 가지를 테스트해 보고 이것도 한포에 꽤 값이 나가는 먼지가 적은 모래로 골랐다. 


아이가 없는 나는 "우리 때는 다 시장표 옷을 입고 다녔는데"라며 라테소리를 했던 내가 막상 고양이를 키우고 나니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루 반캔의 습식을 먹이고 하루에 조금씩 3번 밥을 주고 물도 좋은 정수기를 놔주며 정성을 쏟았다. 


다음은 교육이었다. 아깽이 시절 화분이 많던 우리 집 식물들을 못살게 굴고 여기저기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던 가을이를 우리와 함께 지내게 하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전쟁을 치렀다. 아침마다 분무기에 물을 담아 사고를 칠 때마다 뿌려댔고, 입질이 심할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체 격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가 "안돼"를 가르쳤다.

그 결과 엄마의 "안돼"는 기가 막히게 알고 진짜 하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는 식탁 위 금지! 주방은 올라가면 절대 안 되는 곳! 입질을 하면 엄마랑 놀 수 없다! 사고를 치면 엄마는 집을 나간다! 등등 우리 집에는 많은 "안돼"가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엄격하지만 따뜻한 사람, 아빠는 같이 노는 대상이 되어 아빠가 오면 무조건 장난감을 들고 앞에 앉는 가을이다.




늦은 나이에 나를 낳은 엄마는 걱정이 많은 분이셨다. 딱히 속을 썩인 적도 없는 나를 늘 걱정하시는 분이다. 지금까지도! "엄마 눈에는 네가 50이던 60이던 그냥 어린 애로만 보인다"라는 말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다. 걱정에서 우러나온 많은 제약들이 어린 날의 나처럼 가을이에게도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는지 반성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