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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Dec 11. 2022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 방법

광고기획 이야기

광고인에게 프레젠테이션은 공포다. 목숨줄이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다른 대행사를 이긴다.

클라이언트를 유치한다.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피할 수 있으면 정말로 피하고 싶다.

프레젠테이션을 극복하는 법? 사실 나도 제목을 저렇게 달았지만 왕도는 잘 모른다.

다만 그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겪은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내용은 프레젠테이션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얘기다.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은 달달 외우거나 스크립트를 읽으며 진행하면 몰입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프레젠테이션 동안 프레젠터만 말하기는 하지만 듣는 사람들과의 암묵적인 소통이 이뤄진다고 본다.

대화하듯이 얘기하면 프레젠터 얘기에 클라이언트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우뚱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프레젠터가 정해놓은 각본대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줄줄 읽게되면 그 소통이 안 된다.

프레젠터는 자기 얘기만 하고, 듣는 클라이언트는 무슨 비디오 클립 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이렇게 되면 프레젠테이션 하는 사람도 말하는 내내 재미가 없고, 듣는 사람도 집중력이 반감돼 최선을 다해 들어야 들린다. 그렇게 되면 실패한 프레젠테이션이다.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 페이지에 내가 얘기할 핵심적인 한 두 문장을 제외하고는 여백으로 비워둔다. 그 한 두 문장이 무엇인지는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하면 할수록 명확해진다. 그리고 나서는 또 몇 차례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한 스피치를 해 본다.


그렇게 되면 한 두 문장 외에 비워놓은 여백에 대한 공포를 지울 수 있다. 사람인 이상 많은 사람 앞에서 우물쭈물 하는 것에 대한 패닉이 누구나 있겠지만,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연습하되, 외우지는 말라.


두 번째, 모든 이야기는 파워포인트 페이지의 내용에 근간해야 된다. 파워포인트 한 장을 띄워놓고 그거랑

상관없는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다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케이스가 있다. 인간인 이상 강력하게

이끌리는 유혹이다. 사실 나도 그 유혹에 빠졌었다. 얘기에 살을 더 붙여야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이고, 적힌대로 읽으면 뭔가 그대로 줄줄 읽는 바보로 보일까봐 두려웠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이 지친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와 결론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정신줄을 놓는다. 즉, 프레젠테이션 실패다.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에 속한 각각의 페이지에 부여된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을 스스로 흔드는 꼴이다.

그렇기에, 소위 얘기하는 말 잘하는 사람들은 프레젠테이션할 때 위험할 수 있다.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더하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빼서 결과적으로는 아무 것도 뺄 게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글과 말의

이상적인 상태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복잡하고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페이지에 적힌 문장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읽는 편이 낫다. 듣는 사람들이 동정심을 가지고 들어줄 테니까.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사람이 프레젠터에 대한 열등감 보다는 동정심을 느끼는 게 내 얘기에 집중시키기 좋다.


세 번째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레젠터가 프레젠테이션의 주인공이 아니고, 문서가 주인공이다.

나를 돋보이려는 욕심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과 핵심을 흐리게 한다. 프레젠테이션은 자기소개 시간이

아니다. 문서소개 시간이다. 파워포인트는 입이 없어 얘기할 수 없기에, 내가 그 얘기를 전하는

메신저라 보면된다. 그런 프레임을 가지고 프레젠테이션 해야 문서의 의도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말의 멋 보다는 이야기의 핵심을 최대한 살리는데 집중하게 된다.


마지막은 기술에 대한 부분이다. 문장을 최대한 짧게 소화해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사람이 호흡할 시간이 있어야 살 듯, 프레젠테이션도 호흡할

여유를 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앞의 내용을 듣고 문장이 끝나야 다음 내용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그 텀을

최대한 짧게 잡아야 듣기가 편하다.


결국엔 많이 부딪혀 보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실패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 나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근데 다 떠나서...내용도 내용이고 기술도 기술인데, 프레젠테이션 때 그런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뭐냐면, 내가 이 분야를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매진했는지가 느껴지는 사람들. 그런 풍모는

프레젠테이션 연습의 시간으로 쌓아올릴 수 없다. 그동안 노력한 인생의 시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그러니 평소에 노력을 많이 해 내공을 키우며 살아야 된다. 화려한 언변의 마스터보다는, 나를 속이지 않고 살아 온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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