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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Nov 30. 2023

미국에서 배달 알바를 시작하다

다시 또 미국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서 돈을 번 첫날이기 때문이다.

짜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미국의 대표적 배달 앱 중 하나인 Doordash의 배달부가 되었다.

참고로, SSN(사회 보장 번호)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이 알바 참으로 기대된다.

첫째, 내가 원할 때 "Dash Now" 버튼을 눌러서 일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이 극강이다.


둘째, 팁 문화이다.

팁은 돈을 쓸 때는 짜증나도, 이렇게 돈을 벌 때는 참 좋다.

오늘 총 2건을 했는데 Doordash에서 준 돈은 6.75 달러인 반면,

손님이 준 팁은 11.40 달러였다.


셋째, 간섭이 없다.

우버처럼 손님을 태우는 것도 아니고 회사처럼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하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알바할 수 있다.


부끄러운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난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몸 쓰는 알바를 해본 적이 없다.

대학교 때는 과외를 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3가지 몸 쓰는 알바를 짧게짧게 했었다.


1번, 쿠팡 물류단지 알바를 했었다. 소분 알바.

쉴새없이 들어오는 물류들을 쉴새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데

무거운 물건들도 많아서 금세 진이 빠졌다.

4시간 일해도 녹초가 되는데 새벽조로 밤새 일하는 분들 리스펙.


2번, 음식점 식기세척 알바를 했었다. 솥밥집.

정확히는 메인 담당자의 보조였다.

최저시급보다 한 3,000원 더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지원했는데 더 주는 이유가 있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그릇들을 씻어서 조리팀에

보내지 않으면 음식 제공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솥 바닥은 식기세척기에 넣기 전에있는 힘껏 

긁어내도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손이 많이 갔다.

여기에, 음식물 찌꺼기에 계속 노출되는 환경과

좁은 주방 한 편에 서서 옴짝달싹 못하는 것까지 더하면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3번, 팝업스토어 인력팀장 알바를 했었다.

대구에서 2주간 쉼없이 진행됐던 캐릭터 스토어 알바였다.

실제 돌아가는 상황은, 인력들 관리하는 시간보다

팝업스토어에 빈 매대들 채우러 박스 운반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고객들 응대하며 몸 안쓰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좋을 수 없었다.


극강의 순간은 팝업스토어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시작과 끝이었다.

오픈 전날 밤에 직전 팝업스토어가 끝나면 

밤새서 우리 팝업스토어를 만들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었다.


D-2 밤 8시경. 서울을 출발한 화물차들이 하나둘 도착하면 

박스들을 창고에 넣었는데 그 일이 새벽 4시에 끝났다.

D-1 역시 밤 8시경. 직전 팝업스토어가 해체되는 동안

창고에 넣은 박스들을 매장에 옮겼다. 

직전 팝업스토어 해체가 완료되면 우리 팝업스토어 설치를 시작하며,

부분들이 설치되는 족족 박스의 아이템들을 매장에 진열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니 아침 해가 밝아 오픈 시간이 되었다. 밤을 샜다.


팝업스토어 해체 또한 꽤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는데

특히 다양한 종류의 휴대폰 케이스들을 상자에 다시 넣는 작업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새벽 2시에 작업 종료.


세 가지 다 짧게 해 본 주제에 말이 너무 많으며 힘들다는 소리 밖에 없다.

회사일이 어찌보면 가장 수월한 종류의 일이었다.

퇴사로 인해 알바들을 할 기회를 얻은 건 인생의 축복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무실 창문 밖 어떤 세상이 있는지느끼기 힘들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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