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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직원K Mar 27. 2020

누나, 정직원분들이 출근시간을 안 알려줘

인턴의 삶이란

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는 얼마 전 광고 매체사의 인턴으로 채용되어 일하고 있다.


해당 매체사는 업계에서 꽤나 유명한 회사로, 광고홍보학을 복수전공으로 했던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회사였기 때문에 그의 채용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런데 다닌지 한달 남짓일까, 코로나라는 놈 때문에 동생의 회사는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남들은 다 좋다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동생은 본격적으로 주눅들고 힘들어했다.

누나, 정직원분들이 나한테 출근해야되는 지를 안알려줘. 우리팀엔  혼자 출근했어.


아뿔싸. 마음이 아팠다.


재택 근무와 정상 출근을 번갈아가며 하던 동생네 팀에서는 미처(?) 동생의 재택 여부를 알려주는 친절한 직원은 없었던 거다.


첫번째로는 이해가 갔다. 본인들 출근 시간도 오락가락인데 누구에게 몇시에 오라고 말하겠으며, 당장 재택을 하면 할 일도 없을 인턴에게 대 놓고 집에서 쉬라고 누가 말할 수 있었을까.


두번째로는 '그래도 한명 쯤은..'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체로 분위기를 못 읽는 인턴들이기에 '우린 이렇게 하기로 했다' 정도만이라도 공유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지금은 정직원으로서 일하고 있지만 문득 나의 인턴시절이 떠올라 괜히 서러움이 사무쳤다.


홍보 대행사에 근무했고, 직속 선배는 내게 기자 미팅이 있던 것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기자 미팅이 있던 날, 아무것도 모르고 청바지를 입고 갔는데 그 사원 선배는 내게 면박을 줬고 나를 불쌍하게 본 한 대리님이 자기 정장을 빌려줬었다. 맞지 않는 정장을 입는 것도 참 눈물나게 서럽더라..


나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이 선배 때문에 거의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많이 난다.


어색해서 쭈뼛댔던 인사가 나를 싸가지 없는 인턴으로 만들었고, 몰라서 못했던 것들은 나를 센스없는 인턴으로 만들었다. 그때는 정말 내가 사회생활에 젬병이고, 막말로 병신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몇개월에 걸쳐 학습된 자책은 자신감 하락과 기저에 깔린 우울증같은 감정으로 번졌다.


그 때 한명이라도 나에게 '어떤 게 틀린 건지, 어떤 게 맞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지금(사회인)은 당연한 것이, 그 때엔 전혀 당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 또한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비즈니스 메일예절이 있지만, 내가 대학생 때 버릇 없이 교수님께 보내던 메일을 보면 가서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궁금하면 여러분도 오랜만에 한번 보낸 메일함을 열어보시라.




하지만 내가 동생에게 해 줄 말은 "인턴이라는 게 참 힘드네. 그냥 네가 출근했다고 말하고, 할 일이 있으면 달라고, 있는 그대로 보고해. 네가 할일은 열정을 갖고 행동하는 거고, 지금은 그 행동을 그냥 보여주면 돼." 이것 뿐이었다.


그래도 동생은 그 말을 듣고 계속 출근했고, 누군가 이젠 집에 가보라고 할때까지 앉아있었더랬다. 그 결과로 현재는 상사에게 좋은 말도 듣고 있다.


아직도 이런 한국식 열정(노오력이 필요한 열정)이 먹히고,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게 이따금씩 서글프지만 일단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동, 그를 인정해줄줄 아는 상사가 있음에 감동했다.


그리고 나도 언니나 오빠가 옆에서 이런 조언을 해줬으면 더 나은 인턴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상한 아쉬움까지 떠올리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 일은 지금의 나, 한 기업의 정직원으로서 계약직 직원들과 관계를 맺는 나에게 이렇게 무심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또 과거의 나, 일개 인턴 사원으로서 1-2년차 사원 선배에게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나에게는 내 잘못이 아니었음을, 조금 더 잘 알려주고 이해해주는 선배를 만났으면 더 성장했을 것이라며 다독여주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회초년생의 인턴들이 있다면.. 사회생활에 젬병인 너도, 병신같은 너도, 너 스스로가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꼭, 꼭 말해주고 싶다.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네 인턴생활이 너를 너무 힘들게 한다면, 너를 망가뜨린다면 끝끝내 붙잡는 것보다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인턴과 함께 업무하는 직원분이시라면, 우리, 인턴 생활을 잊지 맙시다! 지금은 당연한 것들, 하나하나 다 알려주는 선배가 됩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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