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Mar 03. 2017

[너의 꿈 응원하기 - 6 : 서공예 입학]

성장통 #part62


중학교 1학년 3월,

녀석은 신청서 한 장을 들고 와서

방송반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여자 둘, 남자 둘

1학년에서 뽑아 3년 동안 활동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만만치 않은 듯 보였다


고민 고민하며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자기소개며 지원동기를 쓰던 녀석은

다행히 1차 서류합격을 했다

2차는 면접과 장기자랑이라며

걱정을 늘어놓길래

"꼭 붙고 싶어?"

"응!"

"그럼 가서 탭댄스 보여줘~"

"그걸 어떻게 해? 아직 잘 못한단 말이야

바닥도 다르고, 음악도 틀어야 하고, 신발도 신어야 하고"

"싫음 말고~ 근데 그거 하면 백 프로 합격일걸?"

"몰라! 안 해!"


사실 탭을 3개월밖에 안 배운터라

자신이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3학년 선배들이 보는 면접이고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이니

짧게 임팩트 있는 몇 가지 스탭만 보여줘도

신기해할 것이고

좀 틀려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부끄러움과 간절함의 싸움이 시작되고

면접날 아침,

녀석의 손에는 탭슈즈가 들려있었다


그날 저녁 녀석의 핸드폰에는

반가운 방송반 합격 축하 문자가 도착했다


3년 동안 녀석은

열심히 성실하게 방송반 활동을 하고

3학년 때는 방송부장이 돼서

졸업식에 봉사상을 받았다


행사 때마다 동영상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현장에서 촬영, 스탭 등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밤을 새우고도 힘들다 소리 않고

늘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녀석이 3학년 때 결정한 학교는

'서울 공연 예술 고등학교'

(이후 서공예)였다

녀석은 연극영화과 내에 영화전공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일단 다니기에 너무 먼 곳이고

기숙사가 없어서

엄마 입장에선 너무나 고민이 되었다


중학교 3년 성적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공부를 좀 열심히 했으면 바랐던 적도 있었지만

녀석은 자사고도 싫고, 일반고도 싫다고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어야

녀석의 고등학교 3년이

입시와 상관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결국 동의했다


원서를 쓰기 전

녀석을 데리고 학교를 찾아갔다

한 선생님께서

학과 수업과 방과 후 수업, 이후 진로나

학교 행사 등에 대해 전반적인 안내를 해주셨고

녀석은 다녀온 후

꼭 붙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고라서 학비도 비싸고

다니기도 힘이 드니

사실 합격을 해도 걱정이었지만

떨어져도 실망할 녀석이 떠올라

이래저래 나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서공예 입시는

성적 40%, 실기 60%로

실기시험을 봐야 했다


영화 전공의 시험은 무비메이커를 사용한

동영상 편집이었다

따로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녀석이 평소에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과 녀석의 감각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10:1넘는 실용음악과나 실용무용과처럼

경쟁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시험 당일 많이 긴장한 듯 보였다

두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다

다시 만난 녀석은

그래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녀석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나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학비도 걱정이었고

무엇보다 통학할 일이 문제였다

일을 해야 해서 녀석의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자취나 하숙은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몇 주를 고민하다 녀석은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께 편지를 썼다

주말에는 엄마한테 갈 테니

할머니 댁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세상 누구보다 녀석을 사랑하시는 엄마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몇 주 동안 맘고생을 하던 녀석은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아직도 작은 문제들이 남아있고

지내면서 힘든 일도 생기겠지만

일단 모두의 도움과

녀석의 의지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지금껏 이어온 녀석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선택이 되길

녀석의 3년이 희망과 행복으로 펼쳐지길

보다 더 치열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길

나는 다시 응원석에 앉았다


녀석이 힘들고 지칠 때

달려와 안길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로 서 있으려면

내게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그래도

우리는 또 그렇게 초보지만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


입학식 날 아침,

담임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입학생 대표로 선서를 해야 하니

교무실로 오너라'

일 때문에 결국 입학식을 포기하고

혼자 올려 보낸 녀석은

잘 하고 오겠다며 가족 톡방에

귀요미 이모티콘을 날린다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녀석은 당당히 교단에 섰겠지만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내 마음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토해내겠지


녀석의 열일곱.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녀석의 노란 교복이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보낸다



글, 사진: kossam


너의 꿈 응원하기 마침(총 6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