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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달빛 Jul 14. 2023

인스타그램과의 전쟁



엄마, 오늘 짜증 많이내서
미안해.



몇일 전 일이였다.

이른 사춘기가 시작 된 10살 딸은 학원에 다니는 언니들과 유독 친하다. 딸에게는 자기보다 나이가 몇살 많은지 적은지는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자기보다 어리지만  언니들도 그런 딸 대화도 잘되고 통하는게 많은지 잘 어울려 놀곤한다. , 어린 동생이나 친구들잘 어울려 놀기는 마찬가지 이다.


딸에겐 나에게 없는 참 신비한매력이 있다. 특히 친화력이 정말 좋은데,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일명 '사람좋다' 라는 타이틀이 찰떡인 아이다.


그런 딸이 어느오후 넌지시 나에게 묻는다.


"엄마, 인스타그램 이란거 말이야, 엄마도 하지?

그거 윤솔이 언니도 하던데 재밌어 보이더라고."


아.. 딸이 SNS에 호기심이 생겼다. 올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에  딸의 말에 쉽게 긍정의대답도, 부정의대답도 할수 없었다. SNS 라는것이 중독성이 강하기도 하고, 어른인 나도 한동안 재밌게 해봤기 때문에 딸이 시작하게 되면 앞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제10살인데 아직 사용하기엔 부적절해 보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쉽게 허락하기는 어려웠다. 혹시 친구들중에 하는 친구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잘 모르겠단다. 이런 저러한이유로 한동안 대답을 피했더니

며칠 후, 학교를 다녀와서 나에게 작은 손편지를 내민다. 꼬깃꼬깃 접은 작은 쪽지를 열어보니 동생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말도 잘 들을테니 인스타그램 어플을 깔 수있도록 허락해달라는 내용이였다. 기한까지 정해주었다 내일까지 생각하고 답을 달라고.

그래서  "그래, 엄마가 오늘까지 생각해보고 이야기 해 줄께."

라고만 했는데 벌써 허락받은 아이처럼 싱글벙글 웃음 지으며 "응!" 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의 예상과는 다르게 결국 안된다고 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딸은 물먹은 솜마냥 축 쳐져 있다.

그러다 곧 불만이 쌓인 얼굴로 에게 외쳐버린다.


엄마는
한번만에 시원하게
허락을 잘 안해줘!




그 다음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 딸이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을 보고있다며 옆자리 앉은 언니 뭘 하는지 보았는데, 또 마침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러다 이번엔 걸어가다 지나가는 사람을 봤는데 그 사람 또한 인스타그램을 하고있더라며 또 한번 좌절했다.

 

세상사람들 모두 다! 더군다나 우리엄마까지 하는 인스타그램을 그토록 원하는 나는 왜 못하는것인가!


더이상 딸의 불만이 장기화 되면 모녀간의 감정골만 깊어질것 같아서 딸을 믿고 몇가지 약속을 한 뒤 마침내 허락 해 주었다.


딸은 빠르게 인스타그램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바로 팔로우 신청이 오길래 피식 웃음이 났다. 정말... 아이들은 빠르다. 나를 비롯해 아빠, 외삼촌, 외숙모 선생님 등 주변인들을 다 팔로우하고 사진, 스토리, 릴스까지 올린다.


얼마 층침대에서 늦은밤까지 동생과 키득대며 찍은 셀카를 업로드한걸 보니 너무 사랑스운 아이다.



앞으로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허락과 비허락의 기로에 얼마나 많기 서게 될 것인비로소 느껴져 온다.


엄마인 나 스스로가 현명하게 바라보아야 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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