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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달빛 May 07. 2023

모든 상황은 나아진다. 1

한계단, 한계단 오른다


내가 처해 있는 이 상황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 못 해줄 것 같은 그런기분 이다.

나홀로 맨홀같은 구렁텅이에 빠져 또각또각 멋지게 걷는 사람들을 맨홀 빠져 올려다 보는 기분. 너무나 절망적이여서 마음에 여유라곤 바늘하나 꽂을 틈도 없는 그런 날들.

나에게도 있었다.


어릴적 양육 상황이 좋지않았던 터라 집이라는게 지독히도 싫었고 성인이 되고, 그런 나를 매일 구해주던(?) 그 당시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게 행복했다.

내 구원자 남자친구였지만, 비상탈출구라 믿었던 결혼은 2차 암흑세계였다.


23살 가을,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결혼식에 가봐도 되냐고,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가 내 결혼식이 신기해서 구경 올 만큼 그 때 내 나이에 결혼 내 또래들에겐 신세계 였다.

그렇다고 결혼을 왜 그렇게 빨리 하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짝을 일찍 만났나 보다 하고 다들 내 결혼식에 와 주었다. 내가 결혼하는 날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결혼식 당일 준비하며 가을은 결혼식 시즌이라 사람이 붐빈다는걸 23살의 나는 그때 알았다. 그 날은 아침 일찍 10시 부터 오후까지 결혼식 행사로 꽉 차 있었는데,  한참을 메이크업실에서 기다리면서 그 날 결혼식 올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다. 외국인 신부와 긴장한 얼굴의 한국인 남편도 있었고, 앳되보이며 즐거워하는 부부도 있었다. 그 날 나와 같이 결혼식을 올렸던 그 많은 부부들 지금도 잘 살고 있을까?


그렇게  눈 깜짝할 새 지나간 혼식, 그리고 곧 결혼생활 이라는 이 열렸다

1년이 지나 곧 아이를 품게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아' 라는것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없는 나에게 육아란.. 마치  모르는 까막눈이 낯선나라에 혼자 여행을 온것 같았다.

진짜 이렇게나 힘든 줄 몰랐다.

'결혼 이라는건 말야 이런거야,' '육아는 또 이런거고.' 누가 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줬으면 좋았잖아...' 깊은 한숨과 원망이 절로 나왔다

이런건줄도 모르고 막달에언제 아기가 나오나 손꼽아 기다렸었던 내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힘들고 외로웠던 어린시절의 내가 자꾸 생각이 나 더 열심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버텼다.

몸 보다 마음이 힘든게 문제였다

온전히 채워지지 않은 내가 이 조그마한 존재를 채워주어야 한다니 매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아이들을 키우는 씩씩한 엄마가 되면서 여러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아, 엄마라는건 이런거구나.' 깨닫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엄마라는 역할은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처음이니, 모두가 힘듬속에 이런 저런 역경을 해쳐나감도 하나의 배움이 아닐까? 라고.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이란것은 주면서도 받을수도 있다는 신기한 사실도 알게됐다.

사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내가 하는게 아니라 날 더 단단하고 강한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들이야말로 정말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 신기한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남편도, 처음부터 선택지도 없었던 내 부모도, 나와 관련된 모든것들이 원망스러운 시간들도 구름처럼 천천히 흘러가버렸다.

이 환경들을, 시간들을 그냥 덤덤하게 무심하게 견디고 해내 온 내 자신을 고생했다고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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