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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달빛 May 06. 2023

그 날은 왠지


긴 잠에서 깬 아침,

추적추적.. 빗소리를 듣지 않아도

녁어스름처럼 어두워서 짐작으로 알 수 있다.

어제부터 비가온단 소식 들어서 이 기분이 어색하지 않다.


"엄마 밤이야, 아침이야?" 라고 묻던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다시 이불에 쏙 들어가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데, 씻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힘겹게 몸을 자리와 떼고 씻는다.


차에 타고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생각 나 체 대화방에 말다.

"오늘 계속 비가 온대요. 다들 안전 운전 하시고 오늘 하루도 화이팅!"

평소에 이런 말도 잘 하지 않는 내가 그 날은 왜 그랬을까?


하하.. 그런데,

오늘은, 정작 안전 운전을 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그냥, 비가 오니까.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연달아 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차가 밀리겠지?'

'그러려면 좀 일찍 나서야 겠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도

'미끄럽네, 조심 해야지'

하루를 돌아보니 꼭 차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암시한것 같았다.


웃기게도,

오늘 일이 일찍마쳐 모처럼 기분좋게 들린 대형카페 주차장에서도 차를 대데 내 차 옆에 고급 외제차가 있었다.


'비싼차네, 와 긁히면 수리비 꽤 나오겠네. 이런차는 긁히면 얼마정도 나오나 애들 아빠한테 물어볼까? '

이런생각까지 했다.


커피한잔을 마시고 시간을 보고 슬슬 일어나 아이들 학교에 가야해서 카페에서 나왔다.


주차장에서 나와 넓은 도로 달리는 차도 없었다. 그렇게 답답한 차들을 뒤로하고, 부드럽게 달렸다.

우리동네라 익숙한 거리여서 비가 와 축축히 젖은 길을 아무 생각 없이 운전했다.


그렇게 우리집 앞 동네사거리.

횡단보도를 지나치려고 하는데 주황불이 켜졌다.

 내 앞 좌우 도로는 그날따라 한적했고,

순간 1초의 나의판단은 그대로 빨리 직진하자 였다.


마음 졸이며 사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

우측에서 아천천히 차 한대가 지나간다.


'나와 이 차의 방향과 속도라면..?

서로 부딪힐수 밖에 없겠는데..?

어? 어!!

으악, 내 차랑 부딛히겠는데!'

생각과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아침부터 염려했던,

아니 꼭 이런 일이 일어날것 같았던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하...'

내 잘못이다.

깜빡이 부터 키고 얼른 내렸다.

괜찮으시냐고 사과드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셨다.

보험사에 연락하고 대화를 하다보니 우리아파트 주민이셨다.

좀 조심 할걸.


평소에 나에게 살살 다니라며, 나에게 당부했던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게 내가 조심히 다니라고 했잖아..

보고 맨날 잔소리 한다고 그러더니."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고,

다행히 약하게 부딪혀 큰사고는 아니였다.

오히려 할머니께서는 내게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느냐고 걱정 해 주셨다.


무의식으로 오늘 비가 오니까 미끄러우니 차 사고가 날수도 있겠다. 별거아닌 생각들이 나의 하루를 생각한 방향 그대로 흘러가게 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날을 계기로 깨달았다.

생각의 힘 무섭다는 걸.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부정적인 생각 또한 부정의길로 안내 해 준다는 거.

요즘 내 관심도가 높은것 중 하나인 '잠재적 무의식'이 나의 일상 중 가장 크게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듬과 동시에 신기했다.


사고 후에도 보험비 인상, 차 수리비 등 현실 문제들을 처리하는 것도 속상했지만 그 후 나는 느린차의 뒤에선 절대 운전 못하는, 스피드를 즐기는 나의 운전습관을 고치게 됐고, 10년전 처음 면허를 땄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느긋한 남편의 말대로 '예의주시' 하며 다니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억지 긍정생각을 의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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