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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달빛 May 08. 2023

모든 상황은 나아진다. 2

그때 그 날의 우리

처음엔 소꿉놀이 하는것 같았다

"응애 응애~"

분유도 태워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낮잠자는 천사같은 모습도 보며 마음속에 두부처럼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올라와 행복하고 신기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같이 아기를 목욕 시킨다.

너무 작아서 놓칠까봐 서로 욕실에 쪼그려 앉아 끙끙대며 대장정의 아기목욕을 마친다.

이 시절 우리는 모든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기가 울면 어쩔 줄 몰라 애 타는모습, 아기가 내 눈을 한참 바라보는 모습...

아기도 신기하고, 아이를 돌보는 남편의 모습도 신기해서 자꾸만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더 사진찍을 맛이 났다.


하지만 육아라는게 오후햇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주말,  할것 없이 2교대로 근무하는 남편을 받아들여야했고,

그 덕에 나는 온전히 육아의 참맛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쓰디 쓴맛 이였다.

이게 게임이라면 당장 전원을 끄고 일어나고 싶었다.

아기는 점점 클수록 나에게 매달리고, 잠시 숨 돌릴틈 조차 없는 24시간 대기조가 되어버렸다.

지금 돌아보면 꾀도 내어보고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지, 그때의 나는 너무 미련하게 굴었던 것 같다.

'친정엄마가 있었다면 상황이 더 나아졌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함께 아기가 잠든 밤 잠시나마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길이 그렇게 설레고 행복했다.

그 뒤 또 다시 둘째를 가지면서 무한 반복을 겪게 됐고,

난 도대체 언제쯤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언제 끝날까 란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같던  하루 하루들. 그렇게 거셌던 바다는 어느덧 잠잠해지고, 시간은 마치 구름처럼 흘러갔다.

느릿하지만 흔적없이 사라지는...


아이들이 한해 두해 커가면서 육체의 고통이 조금씩 옅어졌는데 그 시기부터 차츰 힘든기억들이 희미해져 갔다.

렇게 지금의 나는 그의 기억이 거짓말처럼 흐릿해졌다.


아마도 내 힘든기억들을 지워준건 내 몸을 빌려 나온 이 작은존재들이 자라나면서 나에게 주는 사랑과 기쁨 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딸들이 내 눈 앞에 고, 딸들과 대화하는 저녁이 즐겁다.

그때는 정말 이상하리만큼 희망이 안보였다. 그저 캄캄한 시궁창에 놓여있는것만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모든게 지나갔다. 지나가면서 나도 조금씩 변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상황이 어떠한들 내 자신을 시궁창에 넣지 말자고, 내 스스로가 즐겁다고 속이면 즐거운 내가 되는거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그렇게 불행에 갇혀버리게 되는 거라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그렇게 되면 그게 진짜 내가 되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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