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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달빛 May 29. 2023

밤산책이 주는 묘미

시원하다, 내가 충전되는 시간


밤은 시원하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하루'라는 시간이 바쁘게 지나가고, 세상을 품던 큰 빛이 사라지면 사람들도, 세상만물들도 이제야 캄캄한 어둠속에서 고요히 쉬어간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밤에 나온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아이들까지 재워놓으면 피곤하지만 밤산책을 하러 나선다. 운동화를 신고 저벅저벅 걸어나올때면 집 앞에 강변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든다. 강변에 가는 길, 풀내음이 섞인 차가운 밤공기가 날 반겨주는것 같아 후끈했던 몸마음이 한풀 식는다.



아직 40분 밖에 안걸어봐서 어디가 끝인지는 모른다. 풀냄새를 맡고 이름모를 풀잎벌레들의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걷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밤공기는 나에게

'긴장풀어.'

'시원하지?'

'편하게 걸어.' 라고 말한다.

모두가 쉬고 잠자는 이 고요한 풍경을 보고있자면 이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저 밤을 느끼며 앞으로 걸어나가는것 뿐.


걸으면 머릿속 생각들이 차곡차곡 책 정리하듯 정렬된다. 그러다 골치아픈 생각이 머물면 길가에 꽃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가로등도, 까만색 하늘도, 스쳐가는 사람들도

이 시간은 나에게 모두 '힐링'이다. 그렇게 편하게 걷다보면 어딘가 마음한켠이 외로워져 간다. 이 세상에 고요히 나 혼자 살아가는것 같아서.


그렇게 또 묵묵히 걷다보면 내 안에 꿈틀대던 것들이 물감처럼 내마음에 번져서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차 오를때도 있다.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하는 나만의 것들이 내 속에 고이 자고 있다가 평화로운 감정들이 '지금 나와봐, 편하니까 말 해봐.' 라고 깨우니, 그 뜨거운것들이 올라오는 것만 같다. 시원하게 내보내 버리면 내가 정말 힘듬을 인정하는것 같아 비참해서 삼켜버렸는데, 다음에는 시원하게 내보내야겠다.





나는 아경을 정말 사랑한다. 야경을 보고있자면 정말이지 황홀한 기분이든다. 이렇게 밤은, 콘크리트의 비루하고 빽한 아파트마저 멋지게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옛날에는 옥상에 올라가 세상의밤을 한참동안 바라보는것을 좋아했고, 더 어렸을때는 까만밤하늘에 춤추는 불꽃놀이 보는걸 가장 좋아했다.

밤산책을 하면서 내안의 찌꺼기들을 비워내고 다시금 또 정리하는 시간도 갖는다. 비가 그치면 비 냄새에 흠뻑 젖은 산책길을 따라 걷고 또 걸을것이다. 채우기 위해선, 비워주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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