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달빛 Jun 25. 2023

잔잔한 물결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딸이 사춘기가 온 것 같다.


이제 10살인데 분명 빠른편이다. 어릴 적 부터 이해력도, 언어도, 눈치도 뭐든 른 딸이였는데, 여자아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둘째랑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




초딩 3학년 딸의 사춘기증상 1.

어린이 옷을 거부하고, 내 옷을 탐한다.


언제부터인가 함께 외출 할때면 내 옷을 유심히 보고는 말을 한다.

"엄마, 그 옷 예쁘다. 지금 입고있는 그 바지랑 잘 어울려~ 나도 이런 옷 사줘."

요즘 여자상의가 크롭 형태로 짧은감이 있어서 체격이 있는 딸한테 얼추 맞겠다 싶어서 "한번 입어볼래?" 라 넌지시 물으니 그러겠다 벌써 옷을 주섬주섬 벗고 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입더니 어깨는 좀 큰듯 하지만 맞다.

같이 입었던 반바지도 잘 어울린다며 내 바지도 입어보겠단다, 고무줄 바지라 그런지 이 또한 입어보더니 맞다. 좀 헐렁하긴 하지만.


조금 통통한편 배도 귀엽게 나와있다. 그래서 평소에 저녁늦게 먹지말고 배에 힘을 주고 다니라고 했는데, 이럴때 뱃살이 바지허리가 흘러내리지않게 한 몫 하는구나.


베시시 으며 내 옷을 입고는 전신거울 앞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진다. 그러면서

"엄마 나 이거 월요일에 학교에 입고 갈래!" 라고 당차게 말한다.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꼭 줘야할것만 같아서 같이 입자며 그러자고 했다.


딸은 전날 밤 구겨지지 않게 옷걸이에 고이 걸어두고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입고 나갔다.


내 옷을 입고 하루를 보낸 저녁, 딸에게 물었다.


나 : "허리가 크 않았어?괜찮았어?"

딸 : 응, 괜찮던데?친구들한테 이거 우리엄마 옷이라고 했는데, 너희엄마 날씬하신가보다 라고 하더라고~


딸 덕분에 날씬한엄마가 되었다.




초딩 3학년 딸의 사춘기증상 2.

유행에 민감하고 만화보다는 예능프로를 재밌어한다.


하루일과를 보내고 아이들도 집에오면 고단하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시키고 시원하게 선풍기바람을 맞으며 티비를 보며 쉬게 해 준다.

그러다 곧 8살 동생과 서로 보고싶은 프로그램이 달라서 다툼이 시작된다. 예전같으면 좋아하는 만화를 틀어놓고 함께 웃었는데, 요즘은 재미없는지 이내 동생에게 리모콘을 쥐어주고는 자기 폰을 꺼내들어 유튜브를 찾아본다. 그러고는 숙제까지 끝내 놓으면, 요즘 푹 빠져있는 여자아이돌 언니들의 무대영상이나 예능프로 보는것이 딸이 가장 좋아하는일 중 하나이다.




초딩 3학년 딸의 사춘기증상 3.

감정기복의 굴곡이 뚜렷하고 신체변화가 생겼다.


이 전 보다 감정적이고 작은일에도 울고 웃는일이 잦아졌다. 예를 들자면 앞머리를 자르고 싶어서 앞머리를 내달라고 하는 딸에게 여름이라 더울거라고 반대했다.


사실 얼마전에 딸이 히메컷 잘라달라고 하여 내가 에서 잘라주었는데, 너무 많이 잘랐다고 펑펑 울었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앞머리를 반대한 이유는 땀이 워낙 많은 딸이 앞머리로 인해 거슬리고 불편할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엔 남편마저 자기를 닮아 도톰하고 넓은이마 드러내야 보기좋다며 가을이 되면 앞머리를 내자고 하니, 눈시울이 붉어져와 눈덩이 처럼 커진 울분이 나오고야 만다.

"내 머리니까 내가 하고싶은 머리 할거야!"


사춘기여린소녀에게 이런 갈등은 해로울것 같아 곧장 다음날 미용실로 데려갔다.

"앞머리 잘라주세요~ 시스루 뱅으로요."


미용가운이 걷어지고 일어나서 앞머리를 슥슥 매만지더니 그제야 나에게 작은소리로 말한다.

"완전 맘에 들어."



업 다운 롤러코스터 같은 딸 옆에서 보고있자면 종종 상황에 맞는 설명하느라 힘들긴해도 재밌고 귀엽다.



키 또한 부쩍 많이컸다. 예전에는 살인지 가슴인지 햇갈려했었지만 병원에서 2차발달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최근에는  통증이 느껴진다 하여서 아동용 상의속옷도 사주었다.



뭐든지 잘 먹고 잘 노는 씩씩한 아이.

왠지 나보다 키도 더 크고 발 사이즈도 쑥쑥 늘것 같은 느낌에 이제 품안의 아이가 아니라는게 새삼 느껴지는 요즘이다. 나중에는 친구들이 전부인, 엄마는 구식이라며 밀어내는 날도 있을것이다.

이 또한 자라는 과정이니까, 더 바르게 자랄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겠다.

 내가 언제 그랬어~ 라고 말할게 분명 하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만난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