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물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이유
나는 글을 쓰는 사람 아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 식물을 판매하는 판매자도 아니며, 꽃꽂이 조차 배운 적 없다.
힘든 시기에 어쩌다 자연이 주는 상쾌함에 숨 쉴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초록이 주는 안정감에 위로받았다. 그러다 정말 너무 깊고 넓은 식물 세계에 빠져버렸고, 그 매력은 정말 무한대여서 시간과 돈 나가는 줄 모르고 식물에 전부 쓰다 보니 비전문가와 전문가 정말 그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식물에게 위로받았듯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식물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식물을 나보다 더 사랑해줄 사람인 것 같으면 식물을 선물했다. 내가 아끼는 식물이거나, 하나밖에 가지고있지 않다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희귀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다 소문이 나버렸다. 내가 식물을 좋아하고 많이 키운다는 사실이.
어느 날 나를 정말 이뻐해 주고 아껴주는 언니가 나에게 하소연하듯이 어쩜 그렇게 식물을 잘 키우냐며 본인은 식물을 좋아하나 들이기만 하면 식물을 죽이는 자칭 ‘식물 킬러’라고 했다.
나는 자칭 ‘식물 킬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진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을 죽일까 봐 못 들이는 사람들. 그래서 본인 스스로를 ‘식물 킬러’라고 한다. 식물의 생명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정말 식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키우기 쉽고, 잘 자라기도해서 키우는 재미가 있는 '테이블야자'를 선물해주었다. 화분에서 키워도 되나 수경 방식으로 물에서 키워도 되어 물만 채워주면 자라는 내가 정말 추천하는 키우기 쉬운 추천 식물 1위이다.
언니가 며칠 뒤 새로 새순을 올리는 테이블야자를 보고 신이나 기뻐하며 본인이 일하는 사무실에 식물을 놓고 싶다며 나중에 식물을 사러 양재 시장에 갈 때 데려가 달라고 했다.
항상 도움만 주는 언니라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흔쾌히 수락했고, 심리 상담일을 하는 언니 상담실에 키우기 쉬운 식물 위주로 튼튼한 아이들을 직접 골라 직접 심어주었다. 그중 몬스테라라는 식물이 있었는데, 몬스테라는 한때 보기 힘든 식물이었으나 이국적이고 특이한 잎 모양으로 인테리어 식물로 각광받으며 우리나라에 몇 년 사이 인기종으로 급상승하여 이제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다.
몬스테라는 잎이 커지면서 중간중간 구멍이 나며 잎에 찢어지는 게 특징인데, 이는 음지에서 자라는 몬스테라 특성상 잎이 큰 몬스테라의 새 잎 때문에 아래 잎들이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할까 봐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몬스테라를 심으며 언니에게 간단히 이야기해주었더니, 언니는 아래 잎들을 위해 희생하는 몬스테라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몬스테라 이야기가 어쩌면 언니의 모습과 조금은 겹쳐 보였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글로 써보라고 제안해주었다. 겉보기와 다르게 생각이 많고, 항상 웃고 있는 걸 힘들어하는 날 아는 유일한 언니는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주었는지 모른다.
또 한 번은 평생 실내에서만 자란 레몬나무가 실외 옥상으로 새로운 자리를 잡으며 심한 몸살을 겪었다. 처음 느껴본 꽃샘추위와 강한 바람에 온몸의 잎을 다 떨어뜨리고, 윗가지들을 말렸다. 적응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였다. 겉모습은 누가 봐도 죽은 나뭇가지였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 모두가 레몬 나무를 보고 죽었다고 했다.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론상으로 절대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나는 저 정도로 식물이 쉽게 죽지 않는 걸 안다. 책에서 나오는 이론들은 직접 경험한 경험들을 이길 수 없다. 이미 정해진 답만 알려주는 책의 이론들은 때론 큰 도움이 되나, 가끔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에 방해만 될 뿐이다.
나는 모두가 죽었다고 하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레몬나무에게 매일 물을 주라고했다. 가끔은 힘이 나게 영양제도 주라고 했다. 나의 예상대로 죽은 나뭇가지처럼 보였던 레몬나무는 조그마한 새싹을 보이더니, 작년 실내에서만 자라던 때 보다 더 튼튼하고 굵은 목대를 세우며 두껍고 광택이 나는 잎이 빼곡하게 생겼다. 결국은 믿음과 관심이다. 레몬나무가 죽지 않았다는 믿음과 매일 물을 주는 관심. 식물과 사람이 살아가는, 아니 살 수 있게하는 원동력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난 레몬 나무는 이번 겨울을 잘 보내면 내년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풍성하게 레몬이 열릴만한 나무가 될 것이다.
갑자기 거친 환경에 홀로 떨어져 잎이 다 떨어지고 모두가 죽었다고 말했던 레몬나무는, 이제 누가 봐도 탐나고 건강한 레몬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꽃샘 추위와 어떤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매년 튼실한 열매만 맺을 일만 남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을 키워보았다. 같은 식물들임에도 불구하고 다 다른 기억들과 감동을 남겨주었다. 물론 식물들이 어떤 문제에 대하여 시원하게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가끔 우리의 삶과 식물들의 삶이 비슷하거나, 겹쳐 보인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속에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는다.
내가 그랬듯이, 나에게 이런 글을 공유해달라고 몇 번이나 진심으로 제안해주었던 언니가 그랬듯이, 내가 식물에게 받았던 위로를 그 누군가도 받을 수 있길바라기 때문에 나는 어색하게나마 식물이 준 위로들을 기록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