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밤문화

DAY_41

by 구나공


2015년, 뉴델리의 밤이었다.

그 날 밤 클럽 어딘가에서 남겨두었던 메모


한 달간의 인도 여행 중 델리에는 북인도에서 서인도로 이동할 때 경유지로 하루, 그리고 마지막 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이틀을 머물렀다.

델리의 첫인상은 한적하고 평화로웠던 북인도와 다르게 카오스, 혼란 그 자체였다. 델리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눈앞에 보이는 기차역을 빠져나가는 길 동안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여행객의 주머니를 털어가고자 하는 사기꾼들이니 인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미리 인도 여행책에 나와있는 유의사항을 읽어보길 바란다.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던 우리 역시 델리에 처음 왔던 날에 그들에게 속아 릭샤를 타고 델리 곳곳을 누비며 가짜 청사들을 돌았다.

그것뿐이랴, 갈거리에 널브러져 잠들어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것,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있는 빈부격차의 모습들(예를 들자면 기찻길 양옆에 천막 하나를 두르고 사는 사람들 뒤로 세계적인 호텔이 함께 보인다.), 코를 찌르는 무엇인지 모르는 냄새까지.

경유지로 잠시 들였던 델리였지만 너무 강하게 안 좋은 기억들만 가득했기에 마지막 이틀을 하루로 줄일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인도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연락해왔던 카우치 서퍼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인도의 마지막 이틀을 델리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북인도와 서인도에서의 기억들이 너무 좋았기에 혹여나 델리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망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도 많이 했었다.


결과적으로 그건 다 기우였다.

역시 Incredible India!

걱정했던 마지막 이틀 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밤이 되었다.


이틀 동안 델리에서 우리와 함께한 마노즈는 델리에 살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카우치서핑을 하며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한다며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흔쾌히 카우치를 내주었었다.

마노즈가 사는 곳은 빽빽한 빌라촌의 한 방이었는데 좁다면 좁은 방이었지만 없을 건 없는 충분한 방이었다. 덕분에 혼잡한 기차역 부근의 호텔 골목에서 지내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평범한 인도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원했던 여행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도착한 첫날, 짐을 풀고 간단히 동네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델리에 오기까지의 여행 이야기, 마노즈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무엇을 해보고 싶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인도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인도에 대한 모습은 유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저녁. 마노즈가 친구 한 명을 불렀고 우리 일행 셋까지 합쳐 거리로 나갔다.


밖에 나가 사 먹으면 술이 비싸다며 집에 있는 술들로 집에서 1차를 했다. 그 후에 택시를 타고 이름 모를 도심가로 이동했다. 거기에선 어디 식당이라도 들어가서 술을 마시나 했는데 우리에게는 주차장 같은 곳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어딘가로 술을 구하러 간 마노즈가 보드카 두병을 구해왔다. 그리고는 이곳에서 얼른 마셔야 한다고 했다. 당황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삼삼오오 인도의 젊은이들을 우리처럼 곳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 한 번 그들의 방식대로 즐겨보자며 친구와 함께 한 병을 비웠다.


그렇게 그 주변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마노즈가 이제 가자며 우리를 이끌었다. 그곳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오르막길을 올라 숲 속으로 가는 것 같은 길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랐던 게 우리 말고도 정말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숲 속의 왕 사자의 잔치에 놀러 가는 동물들 같았다고나 할까. 더 놀라웠던 건 사람들의 옷차림새였다. 델리에 오기 전까지 거리에서 본 여성들의 옷차림은 사리가 대부분이었다. 살빛이 보이는 옷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길에는 도저히 인도라고 믿을 수 없는 짧은 치마와 화려한 옷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짙은 화장에 한껏 힘을 준 헤어스타일, 남녀가 짝을 지어 모두들 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은 말 그대로 ‘유흥의 거리’였다. 한 곳에 들어가 보니 화려한 조명에 큰 음악소리, 한국의 클럽과 다를 게 없었다. 아 물론 약간의 앤틱함과 음악의 다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영락없는 클럽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사람들 모두 술잔을 들고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선 사랑이 넘치는 커플들이 진한 키스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건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도의 젊은이들도 우리와 같은 젊은이였어!

왜 나는 인도에서는 모두가 신성한 삶을 살 거라고만 생각했을까. 인도의 관광지들만 돌아봤다면 절대 몰랐을 진짜 인도의 모습을 본 것 같아 들떴다.


오랜만에 느끼는 도시 문명에 마음껏 취했다. 외국인이라고는 우리 말고는 몇 찾을 수 없었는데 다들 서슴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클럽에서 놀다 저 클럽으로 가고 또 저 클럽에서 놀다 건너편 클럽으로 가서 노는 건 20대 초반에 한창 놀았던 홍대의 문화와 같았다.


제 아무리 자아를 찾는 곳, 신성의 나라라 알려져 있을지라도 이곳도 결국 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드러나있지는 않았지만 (그곳은 정말 도심에선 약간 벗어난 산속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음은 막을 수가 없는 가보다.


물론 워낙 위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는 곳이라 우리끼리 이런 곳에 밤늦게 왔다면 걱정되는 일이 많았겠지만 같이 가 준 현지 친구가 있었기에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 전까지의 인도 여행이 내가 생각했던 인도의 모습을 그대로, 혹은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면 델리에서의 마지막 이틀은 내가 생각지 못했던 모습의 인도까지 보게 되어 더욱더 인도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 내게 다시 한번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걸 것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인도라고 답한다. 가진 매력이 너무나 다양한 나라이기에 내가 보지 못한 인도의 다른 모습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얼른 그날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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